우는 얼굴
군대에서 축구를 같이 하던 선임들과 만든 단톡방이 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톡방이었는데, 얼마 전 한 선임이 AB형 혈액을 구한다고 했다. 나는 평소에 헌혈도 자주하는 편이라 주저없이 헌혈을 해주겠다 했다.
선임은 따듯한 사람이었다. 계급보단 형으로 불러주길 원했고 나도 선임을 형이라 불렀다. 함께 운동을 하며 그 사람의 따듯함을 매 순간 느껴서인지 오래동안 얼굴을 보지 않은 사이임에도 형의 온화한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지정헌혈을 해야한다고 했고, 아버지가 아프시다 했다. 나는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고, 병원 정보와 아버지 성함을 적어 문진실에 제출했다. 간호사님은 그 날 따라 내가 혈압이 조금 낮다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늘 하던대로 피를 뽑으며 기념품을 골랐다. 34번째 헌혈이라더라.
기존에 갖고 있던 헌혈증을 찍어 형에게 보내주고, 방금 받은 따듯한 헌혈증도 형에게 사진을 찍어보냈다. 우리는 카톡친구도 아녔고 번호도 없었다. 곧 바로 형은 내게 보이스 톡을 걸었다.
형은 연신 내게 고맙다했다. 나도 헌혈을 하며 어떤 특정 대상을 생각해본적이 없던 터라 뿌듯했다. ‘성준아 고맙다 아버지가 암이야 고맙다 고맙다’
통화 너머 형은 울었다.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또 덫붙여 계속 고맙다 했다.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형의 마음을 생각하다 눈물이 날 뻔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크게 울어본 적이 없는데, 형의 얼굴에서 내가 생각나서 나도 아버지를 생각했다. 기도를 했고, 형의 얼굴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저릿한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뒤적거리는 것 같아 약간 모자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형의 카톡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이 있다. 나는 비관적인 마음이 들지만, 형은 내내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요 알지요. 어떻게 그 생명을 놓을 수 있겠어요 형. 기적을 바라고 기도할게요. 내 피가 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요. 다음 번 헌혈도 제가 또 할게요. 그 때는 패스트푸드도 먹지 않고 건강한 음식들 먹고 헌혈할게요.
오래 동안 보지 않은 그 얼굴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