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si May 08. 2020

솔직한 어른

뒤늦게 <나의 아저씨>를 보고

 스스로를 어른이라 칭한 어느 날부터, 나는 마치 어른의 무게를 지고 사는 듯했다. 그 무게 중에 가장 큰 단어는 '솔직함'.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며, 모든 상황에 거짓이 없을 것. 소위 '척'하지 않는 삶.

 마음먹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나는 그 단어의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솔직함'은 무겁지 않았다.

 며칠에 몰아서 <나의 아저씨>를 봤다. 드라마는 <연애시대> 이후로 본 적이 없어 16부작이라는 길이가 부담이 되었지만, 잘 만든 요즘 드라마 한 편 정도는 봐야 할 것 같아 며칠을 벼르다 <나의 아저씨>를 보기로 했다. 자주 들락거리는 커뮤니티에 '드라마 추천 좀'이라는 게시글을 썼고, 수많은 댓글 중 단연 <나의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랜만에 만난 선배의 쌍 따봉이 나를 주저할 것 없이 1화로 이끌었다.

 드라마를 보며, 계속해서 이선균 배우가 연기한 동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창피하게...'라는 단어를 아무리 어린 사람 앞에서도 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감내하며 속으로 삼키는 사람. 드라마를 내내 들리는 그의 한숨 소리가 어른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그중 나는 동훈이 가진 '솔직함'에 계속 감동하며 동시에 나는 아직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동훈은 내가 가볍게 생각했던 '솔직함'을 무겁게 지닌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 막 마지막화 동훈의 얼굴을 보며, 그가 지닌 단어를 돌아본다.

 정말로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려면 모든 삶이 이 단어를 지탱해야 한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며, 모든 상황에 거짓이 없을 것.' 한 마디로 내 삶에 속일 것이 없으며, 거짓이 없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부족함과 지나침 모두 인정하며, 그 모습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 정말로 모두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 만큼 삶에 속일 것이 없는 사람. 삶 자체가 그 단어를 지탱해내지 못하면 '정말' 솔직할 수 없다.
 과연 나는 동훈처럼 살 수 있나? 모두에게 솔직해도 될 만큼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을 향해 있을까? 어딘가 음흉하고, 야비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나는 그런 삶을 숨기며 살아내는데,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난 숨기기 바쁘다.

 동훈의 얼굴을 보며, 그의 인상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찡그리는 미간과 울음을 참아내는 입술, 사려 깊은 눈. 마치 그 그의 표정을 따라 하면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도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며, 극 중 동훈이 담배를 사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사려 깊은 어른의 모습. 움찔거리며 조금 더 닮은 사람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나는 '솔직함'을 지탱해 내는 어른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34번째 헌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