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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Jul 19. 2021

나의 늙은 얼굴

그 얼굴을 상상할 때

부산에서 촬영을 마치고 올라와 뻗어 자고는, 잠결에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아 잠이 깼다. 그도 기억하지 않으면    같아 글을 쓴다고 했지만, 나도 지금 마음을 기억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날아가 버릴까 무서워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 어찌 보면  글에는 내가 지향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사랑, 기억, 가족.


 사실은 반성문에 가깝다. 나는 언제나 '척'에 가까운 삶을 살았고, '내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의 평행선은 언제나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평행선 사이의 간극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줬다. 그렇기에 내 영화를 보고 나에게 말을 거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 보고 상상했던 사람이랑 다른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던 것을 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영화는 내 지향점이고 내 삶이 현재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 목표는 죽기 전에 그 간극을 줄이며 사는 것이다'라는 그럴싸한 변명들을 해댔다. 말인즉슨, 나의 삶이 모순적인 것은 알지만 현재, 나는 내 삶을 바꿀 생각이 없다 정도일 테다.


 하지만 몇 단락 안 되는 글에 반성을 한다. 어쩜 인연은 돌고 돌아 이렇게 오는지. 그가 감사하다며 내게 써준 편지를 다시 읽어보는 밤이다. 오늘을 위해 만나보지도 못한 인연이 지속되었나 보다.


 나의 마흔의 얼굴을 상상하던 때, '저런 얼굴로 늙고 싶다'라며 대상이 되던 사람들의 삶은 내 결핍들이 형상화된 얼굴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그들은 단단히 가지고 있었으며, 묵묵히 걸어갔다. 나는 그 얼굴을 존경하며 늘 마음속에 새겼다. 그간, 나의 얼굴은 미미하지만 약간 변했고, 삶의 평행선은 조금이나마 가까워졌다. 때때로 그 사람들에 대해 열변을 토할 때, '그 사람과 닮은 것 같아'라는 말들은 내게 좋은 자극제였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을 다 읽고, 어렴풋이 기억에 남은 그의 얼굴을 찾아봤다. 내가 닮고 싶은 삶의 얼굴을 하나 더 추가하며, 지독히 반성하는 밤이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다짐한다. 가는 길에 모순과 '척'이 늘 존재하겠지만, 나는 그것들을 뚫고 평행선이 하나가 되는 삶을 조금 일찍이 보고 싶다. 사랑, 기억, 가족을 말해도 그 단어를 지탱해 내는 사람. 그 말들을 증명하는 얼굴. 어색하지만 '전우'라 불러줬던 그에게 감사하며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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