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감정
문득 외롭다 생각했다. 오래 느껴보지 않은 감정이어서 조금은 낯설었지만, 기억할 수 있는 마음들이 순식간에 몰려와 괜스레 우울해졌다. 영필이의 결혼식이 있었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마치 전생의 한 부분 같을 때가 많다. 공부도 안 하고 놀던 멍청이들이 어느새 각자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자연스레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길 몇 차례. 뭐가 그렇게 맞지 않는 사람 같았을까. 나를 애매하게 반기는 재진이의 반응에도 기분이 조금 상했는지 조금 일찍 자리를 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조금 많이 걸었다.
익숙했던 감정들이 조금은 낯설게 된 지금. 약간은 즐기듯 걸었다. 조금 돌아 걷고, 느리게 걷고, 오래전 그 밤의 슬펐던 날들을 좀 더 기억해보려 슬픔을 불러왔다. 날도 적당히 좋아 땀이 났다. 그렇게 조금 더 걸었다. 그리곤 문득 또 너무 우울한 건 싫으니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더 걸을까. 시를 쓸까. 사진을 찍을까.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사소한 게시판을 하나 만들었다. 시답잖은 하루가 나열되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내일이면 사라질 감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