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를 보며
공군 사관학교에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이것저것 사관학교에 관한 영상을 찾아본다. 입학부터 졸업 그리고 임관까지. 어릴 때 파일럿을 꿈꾸던 내가 글을 쓰면서도 공군에 집착하고, 굳이 군대도 공군을 지원해서 갔다 온 걸 보면 어지간해서는 꿈의 크기가 작아지진 않는 것 같다. 그때만 해도 군인이 되는 삶은 견뎌내기 힘들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미련한 직업을 택해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제복을 입은 생도를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시절 영화가 아닌 사관학교를 계속 지망했다면 어땠을까?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입학을 했다면? 졸업을 하고 파일럿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파일럿이 되지 못하더라도 장교로 임관해서 군 생활을 하고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봐도 잘 해내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삶이 잘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나같은 애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가정은 20대를 곧 맞이할 어린 나를 떠올리게 한다. 늘 이야기하듯 마치 전생이 되어버린것 같은 날들. 나는 용인에 살고, 아빠는 살아있고, 크게 삶의 가치를 바꾸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날들.
영상은 한 입학생도가 아버지 앞에서 입학 신고를 한다. '신고합니다! 입학생도 000은 0월 0일부로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명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울음을 참으며, 경례를 받아준다 그리곤 아들을 꽉 안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 큰 유대를 느꼈을 것이고, 그것을 버텨낸 아들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훈련이 무엇인 줄 알기에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을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영화를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이 장면이 나를 후회하게 만들었다. 나도 저렇게 자랑스러웠어야 되는데. 아빠가 죽기 전에 사관학교에 입학해서 자랑스러운 일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저 벅찬 표정을 남겨줬어야 하는데. 차라리 조금 일찍 군대 갔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의 후회들. 유난히 입대를 하고 나서야 아빠를 이해할 수 있던 나에게는 아쉽고 죄송한 마음든다.
일병 진급 후 다이어리에 '아빠에게 일병 달았다고 말하면 귀여워해 줬을 텐데' 라고 써 놨던 마음이 생각난다. 특별한 노력 없이 같은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마음들. 그게 그리워서 썼던 기억이 난다. 조금 더 일찍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가정을 덧붙인다. 아빠가 죽기 전이면 어땠을까 싶어서. 그리고 그 경험이 일반 사병보다 좀 더 멋지고 늠름한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해서. 괜히 저 얼굴이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