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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Feb 22. 2022

그 얼굴이 내가 된다

사관생도를 보며

공군 사관학교에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이것저것 사관학교에 관한 영상을 찾아본다. 입학부터 졸업 그리고 임관까지. 어릴  파일럿을 꿈꾸던 내가 글을 쓰면서도 공군에 집착하고, 굳이 군대도 공군을 지원해서 갔다   보면 어지간해서는 꿈의 크기가 작아지진 않는  같다. 그때만 해도 군인이 되는 삶은 견뎌내기 힘들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미련한 직업을 택해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제복을 입은 생도를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시절 영화가 아닌 사관학교를 계속 지망했다면 어땠을까?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입학을 했다면? 졸업을 하고 파일럿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파일럿이 되지 못하더라도 장교로 임관해서 군 생활을 하고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봐도 잘 해내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삶이 잘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나같은 애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가정은 20대를 곧 맞이할 어린 나를 떠올리게 한다. 늘 이야기하듯 마치 전생이 되어버린것 같은 날들. 나는 용인에 살고, 아빠는 살아있고, 크게 삶의 가치를 바꾸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날들.

 영상은 한 입학생도가 아버지 앞에서 입학 신고를 한다. '신고합니다! 입학생도 000은 0월 0일부로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명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울음을 참으며, 경례를 받아준다 그리곤 아들을 꽉 안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 큰 유대를 느꼈을 것이고, 그것을 버텨낸 아들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훈련이 무엇인 줄 알기에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을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영화를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이 장면이 나를 후회하게 만들었다. 나도 저렇게 자랑스러웠어야 되는데. 아빠가 죽기 전에 사관학교에 입학해서 자랑스러운 일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저 벅찬 표정을 남겨줬어야 하는데. 차라리 조금 일찍 군대 갔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의 후회들. 유난히 입대를 하고 나서야 아빠를 이해할 수 있던 나에게는 아쉽고 죄송한 마음든다.

 

 일병 진급 후 다이어리에 '아빠에게 일병 달았다고 말하면 귀여워해 줬을 텐데' 라고 써 놨던 마음이 생각난다. 특별한 노력 없이 같은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마음들. 그게 그리워서 썼던 기억이 난다. 조금 더 일찍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가정을 덧붙인다. 아빠가 죽기 전이면 어땠을까 싶어서. 그리고 그 경험이 일반 사병보다 좀 더 멋지고 늠름한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해서. 괜히 저 얼굴이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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