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날은 기요미즈데라에 갔다가 은각사로 가는 순서로 계획을 짰지만, 사실 어느 쪽을 먼저 가도 상관은 없어요.
그저 기온에서 출발하는 동선이 교토의 중심지에 더 가깝다 보니 이렇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나 은각사는 어느 시간대에 가더라도 각각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상황에 맞춰 순서를 바꾸셔도 상관없습니다.
교토 여행 둘째 날은 기온 거리를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기온 거리는 오래된 목조 가옥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로, 특유의 어두운 목재 외관이 일본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온 거리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거리이기도 합니다.
저녁 무렵이면 실제 마이코(舞妓)를 마주칠 수도 있고, 골목 곳곳에 켜진 붉은 초롱불이 일본의 전통적인 정취를 더해줍니다.
반면 이른 오전의 기온 거리는 깜짝 놀랄 만큼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전날 밤의 북적이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 마치 전혀 다른 장소에 온 것만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렇게 기온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인 기요미즈데라로 향하게 됩니다.
기온에서 청수사까지는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다 보니 체력 상황에 맞게 중간중간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산넨자카(三年坂)’로 올라가서 ‘니넨자카(二年坂)’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찻집이 늘어선 돌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하게 되어있어요.
다만 이 길은 항상 사람이 많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길이기 때문에 일행 중에 거동이 불편한 분이 계신다면, 우회로를 이용해 좀 더 한산한 길로 이동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요미즈데라는 전망이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높은 곳에 있다 보니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사방이 탁 트여 있어 햇살과 바람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요.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데, 특히 봄과 가을의 절경은 말로 다 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겨울엔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다소 삭막해 보일 수도 있어요.
니넨자카로 내려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는 곳이 야사카 신사입니다.
기온에 자리한 이 신사는 전형적인 일본 신사의 모습을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야사카 신사를 둘러본 뒤에는 기온시조 거리로 나와 기념품을 구경하거나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오후 일정은 철학의 길 산책으로 이어집니다.
철학의 길은 조용한 아름다움을 품은 산책로입니다.
좁은 수로 옆으로 난 길은 사계절 내내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특히 여름철 수국과 잔잔한 비가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여름은 무덥고 습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철학의 길을 걷다 보면 그런 생각이 조금은 바뀌게 됩니다.
수국이 만개한 철학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본 여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철학의 길 끝자락은 은각사로 향하는 길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혹시 구글맵에서 ‘은각사’를 검색했는데 ‘지쇼지(慈照寺)’라는 생소한 이름이 나와 당황하셨다면, 맞습니다.
지쇼지가 바로 은각사입니다.
은각사는 금각사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랄 수도 있어요.
금각사는 금박으로 화려하게 꾸며졌지만, 은각사는 정적이고 수수한 분위기로 보다 교토다운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은각사이지만, 돌아보면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 장소예요.
물론 교토 자체를 지루하게 느끼시는 분들에게는 이곳 역시 큰 감흥을 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2일차 일정은 여유로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빠듯한 편입니다.
청수사는 오후 6시, 은각사는 오후 5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을 잘 조절해서 이동하셔야 해요.
두 곳 모두 경사진 위치에 있다 보니, 걷는 구간이 많다는 점도 꼭 참고해 주세요.
이날은 주요 일정이 일찍 마무리되는 만큼, 저녁 시간은 여유롭게 즐기시면 됩니다.
은각사에서 내려와 교토대학 주변을 산책하거나, 카라스마나 교토역처럼 번화한 지역에서 저녁 식사나 쇼핑을 즐기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개인적으로는 3일간의 일정 중 이 둘째 날이 교토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교토를 찾았던 건 중학생 때였는데, 그 나이에는 다소 지루할 수 있었던 교토에서도 기요미즈데라와 은각사만큼은 계속해서 마음에 남았거든요.
그때는 교토를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러 번 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교토를 찾는 여러분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풍경을 담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