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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and Take] 기브 앤 테이크

독후감#2, 선행

by 후까

세상에는 3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준 것보다 더 받기를 바라는 테이커 Taker

준 만큼 받는 매쳐 Matcher

손해를 보더라도 아낌없이 도와주는 기버 Giver


이익을 따지지 않고 퍼주기만 하다 보니 성공의 사다리 맨 아래에는 기버가 위치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의 사다리 최상위에도 기버가 존재한다고 한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매처는 예상대로 적당한 성공부터 성공의 사다리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가장 넓은 분포를 차지하고 자신의 이익을 더 좇는 테이커는 단기간에는 성공할 수 있으나 매쳐의 응징을 받아 결국 사회적으로 큰 실패를 한다고 한다.



기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이유

1. 아낌없이 주는 호의

2. 약한 유대관계

3. 이기적 이타주의

4. 힘을 뺀 의사소통


1. 아낌없이 주는 호의

성공의 사다리에서 기버와 테이커의 최후가 갈리는 주 요인은 매쳐의 성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보통 대가 없는 호의를 받을 때 그 감동을 더 크게 느낀다.

반대로 상대방이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내 이익을 뺏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 더 큰 배신감과 실망을 느낀다.

이런 성향들이 매쳐의 주 성향인데, 기버의 대가 없는 호의를 받은 매쳐들은 호혜의 원칙에 따라 기버에게 받은 만큼 베풀게 되고 기버에 대한 좋은 인상과 호감을 갖게 된다. 반대로 매쳐의 이익을 뺏어가는 듯한 테이커에게는 가차 없는 응징을 가하려고 한다.

내 경험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속이 뻔히 보이는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정나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도와주고 싶다가도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2. 약한 유대관계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두루두루 깊은 관계를 가지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지금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만 깊은 관계를 유지하곤 한다. 이로 인해 정보의 다양성 측면에서 불리한 부분이 발생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와 공유하고 있는 정보가 비슷할 확률이 높다. 정보의 양이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하지만 기버는 '약한 유대관계'인 지인들에게도 서슴없이 연락한다. 여기서 말하는 '약한 유대관계'란 우연히 알게 돼 안면 정도만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통 기버는 본인과 가깝고 먼 사이를 따지지 않고 남들을 돕다 보니 약한 유대관계인 사람들에게도 호의를 베푼 경우가 많다. 본인이 대가를 바라고 도와주는 게 아니다 보니 그들에게 연락할 때도 서슴없이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한다. 손익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약한 유대관계 사람들은 다른 분야와 환경에서 살다 보니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고 이를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여러 사례들을 소개해주는데 가만히 떠올려보면, 나도 비슷한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바쁘고 어색하다는 핑계로 지인들에게 연락하기를 주저하지 말자. 물론 앞의 1번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이기적 이타주의

실패하는 기버와 성공하는 기버의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이다.

실패하는 기버는 보통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남을 돕는 데 사용한다. 제한된 에너지로 할 수 있는 선행은 분명 한계가 있고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다. 하지만 성공하는 기버는 이기적 이타주의로 행동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를 돕는 행위로 하여금 나를 비롯한 '우리'의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선행을 실현한다. 나의 선한 영향력이 나와 조직 전체에게도 이득이 되면서 상대를 돕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의 선한 영향력이 미치는 결과를 기버 본인이 확인하기 쉬워지며 선행을 위한 끊임없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구조는 선행에도 현명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인지시켜주는 부분이다. 간혹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남에게 도와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칫 테이커의 먹이가 되기 쉬우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미래가 없다. 물론 반대로 너무 앞 뒤를 가리느라 이것저것 재면서 상대방을 도와주기 주저한다면 그건 더 이상 기버가 아니라 매처나 테이커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상대를 도울지 현명하게 설계하는 것이리라.


4. 힘을 뺀 의사소통

기버는 단정적인 의사소통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의문문으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남의 눈치를 보는 우리 주변에서도 음식 메뉴 고를 때 자주 나오는 화법과 비슷하다. 하지만, 식사 메뉴를 고를 때는 그렇게 배려하던 사람들도 정작 중요한 회의나 의사결정 시간에는 힘을 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식 메뉴를 고르는 행위야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이나 손해가 크지 않아서 쉽게 힘을 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던 것이다. 반면에 진정한 기버는 자기 시간을 투자해 남을 돕는 손해에도 상대를 위한 힘을 뺀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힘을 뺀 의사소통을 실천했을까?


테이커와 기버의 구분

이렇게 기버들이 성공하는 요인들을 살펴봤지만 막상 현실에서 테이커와 기버를 초기에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테이커들도 똑똑해서 처음에는 기버인 양 행동하곤 한다.

기버들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푼다. 처음 몇 번의 호의는 기버들보다 더 잘 베푸는 듯하다.

호의를 받을 때는 그게 정말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닌지, 진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 테이커들이 원하는 것이 생기면 가차 없다. 결정적인 순간 테이커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뒤통수를 치거나 더 큰 이득을 챙기고 입을 닦는다.

이전에는 이런 기버와 테이커를 구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라는 변수가 필요했다.

IT가 발달하기 전엔 정보의 흐름이 느려 사람에 대한 평판이 전달되는 속도가 느렸다. 그에 따라 그 사람이 기버인지 테이커인지 혹은 매쳐인지 레퍼런스가 쌓이기 어려워서 위선적으로 기버인 척 행동하는 테이커여도 잡아내기 쉽지 않았고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하지만 링크드인, 페이스북 같이 SNS가 발달한 오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mutual friends를 통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테이커 성향을 가면 속에 오랫동안 숨기고 살아도 한번 들통나면 다른 사람들도 알기 쉬워졌다는 뜻이다.

아마 여러 선진국가의 대학이나 회사에서 추천제도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런 점들 때문이리라.


물론 사람이 기버, 테이커, 매쳐의 성향을 하나씩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세 가지 성향을 모두 갖고 있고 상황에 따라 발현되는 기질도 다를 것이며 정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아래 링크는 책의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본인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giveandtake.com/give-and-take-assessment-qualtrics
기버 46.5 %, 매쳐 46.5 %, 테이커 7 % - 2020년의 나





기버로 거듭나기 위한 실행 도구

1. 자신의 기버 지수를 평가해라.

2. 호혜의 고리를 실천해라.

3. 남들이 자기 일을 더 잘 해내도록 돕거나 스스로 더 많이 베푸는 사람이 돼라.

4. 러브 머신을 도입해라.

5. 5분의 친절을 실천해라.

6.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을 연습하고 다른 사람을 대변해라.

7. 기버의 모임에 참여해라.

8. 개인적으로 너그럽게 행동해라.

9.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도와라.

10. 도움을 더 자주 구해라.




이 책을 읽으면서 주변 사람 2명이 생각났다.


한 명은 연구실은 다르지만 같은 대학원생 신분인 대학 동기다.

그 친구와는 학부 시절에는 많은 교류가 없었으나 대학원에 들어오면서 친분이 생겼는데 그 친구의 연구실에 있는 실험장비를 사용하게 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처음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이것저것 모르는 게 많아 시도 때도 없이 그 친구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처음 한두 번은 누구나 친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어리석어 알려줬던 내용을 까먹고 같은 내용을 물어봐도 매번 친절히 장비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어떤 날은 직접 샘플 측정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장비가 고장 났을 때는 내가 먼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수리가 완료되는 일정과 함께 내 실험 일정에 대한 걱정을 해주었다. 그 친구는 조금의 이익이나 기대 이득도 없었다. 나랑 친했던 사이도 아니었고 카톡으로 장비 사용법을 알려줘도 충분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호의를 받은 적은 많았지만 정말 대가 없는 호의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처음 그 친구가 내게 도움을 줬을 때는 나의 매쳐(matcher) 성향이 발현되어 어떤 식으로든 그 도움에 보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움에 보답으로 갚는 1:1 방식으로는 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엔 부족해 보였고 친구의 선의를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 친구처럼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을 도울 때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보니 이게 책에서 말하는 호혜의 고리인가 싶다..


다른 한 명은 아버지다.

아버지의 인간관계를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28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모습과 아버지 주변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아버지도 기버의 성향을 가지신 분 중 한 분인 것 같다.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는 분이다. 보통 사업하는 분들은 이해타산에 밝고 숫자에 예민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로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여럿 하셨다. 100명이 넘는 직원들을 거느리실 때도 직원들이 통근하기 어려울까 봐 기숙사도 만드시고 퇴사하는 직원들 한 명 한 명 만나 상담을 해주고 이직을 도와주기도 하셨다. 또 주변의 친척들을 비롯한 지인들의 어려운 사업을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게 아무것도 없음에도 도와주셨다. 어떤 분들은 그 덕에 지금 아버지보다 잘 나가는 사업가로 성장하시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도와준 분들이 지금 더 잘돼서 아버지한테 잘난척하는 거 보면 자존심 상하지 않으시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베풀면 다 돌아온다라는 말과 함께 웃어넘기시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남에게 베풀며 살라고 하시며 내 이름도 '두터움이 있어라'라는 뜻으로 지으셨다. 아무래도 자식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미화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셨던 의사결정의 순간에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해보면 테이커나 매쳐가 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설정한 방향성

1. 내 능력을 기르자.

2. 의식적으로 친절을 실천하자.


능력 없는 도움은 가치가 바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발전 없는 능력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도 영향력도 적어 보인다.

선한 영향력을 지속 가능하면서 크게 미치려면 내 능력도 더불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 능력 발전에만 매몰되면 기버의 성향이 줄어들 것이므로 하루에 5분이라도 친절을 실천하거나 기버들의 모임(봉사활동)에 의식적으로 참가하는 식으로 부담 없이 시작하는 게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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