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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까 Feb 26. 2022

나 홀로 제주도에 #2

아직 어스름한 새벽, 알람이  마디를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자 가장 하이라이트인    해를   있는 날이었기에, 눈을 뜨자마자 기대감에 정신이 맑아졌다. 간단하게 나갈 준비를 마친  숙소 1층으로 나왔다.


로비는 벌써부터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조금  나와보니 이미 도로는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는 차들로 가득해 길이 막혔다.


다행히 숙소에서 성산일출봉과 일출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 걸어서 10 거리에 있었다. 전날  미리 동선을  놓았지만, 계획 따윈 집어치우고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이들도 결국 나랑 같은 목적 이리라. 그렇게 제주도의 아침 공기로 폐를 가득 채우면서 15  정도 걸었을까, 성산일출봉을 끝으로 반듯한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광치기 해변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따라 일렬로 서서 바다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혼자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저마다   바람이 있겠지'


사람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혼자 상상하며 해가 뜨길 기다렸다.


지평선이 점점 불그스름해졌다.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다 누군가 떴다!라고 외쳤다.


2022  해의 순간이었다.


 해를 보는 순간 작년의 힘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해가 뜨고 1 시간 정도  자리에 있었던  같다.


지난날들의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새해 다짐으로 혼자만의 감성 타임(?) 가졌다.


20대에는  주변의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  같다.


 ,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었는데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연인, 친구, 가족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생각해보니 반성할게 많더라. 커리어 측면에서도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는가 등등  스스로의 성적표를 만들어보니 많이 아쉽고 부끄러웠다.



올해에는 지난 잘못들을 반복하지 않기를, 내년  해가   후회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 다짐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 유채꽃 밭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제주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점을 먹으러 나왔다.


제주도에 오면 항상 먹는 해물뚝배기를  그릇 뚝딱 비우고 성산일출봉 바로 앞에 있는 카페로 갔다.


제주도에 오기 , 성산일출봉 근처로 숙소를 정하면서 함께   카페였다. 시원하게 뚫린 통유리 창으로 성산일출봉과 제주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행 와서 읽으려고 챙겨  책과 노트북을 꺼내놓고 한참을  밖을 바라봤다.


이게 힐링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아무도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바다 멍을 때리다 책을 읽기를 반복하면서 하루 종일 카페에 있었다.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고 날이 어두워질 땐 일기를 썼다. 맞다. 이전 글인 제주도 여행 1일 차다.

해가 지고 어둠이 성산일출봉을 완전히 삼켜버릴 때까지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새해 다짐, 독서, 바다  때리기 삼박자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배가 고파졌다.


저녁으로는 갈치회와 고등어회가 유명한 인근 식당으로 갔다.


맛집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였고 운이 좋게  자리가 남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할  있었다. 저녁 식사까지 완벽한 하루였다.


이보다 만족스러울  없는 날이었다.


2022년 새해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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