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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까 Mar 06. 2022

그럴 수 있지

상념#6

"걔는 대체 왜 그러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지?"
"진짜 이해가 안되네"


 자기 상식 선에서 이해할  없는 말이나 행동 접하면 보이는 반응들이다.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위의 말들이 나오게 되는 원인은 자기 기준에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와 상대의 기준이 다른데 어떻게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 "아니 걔 입장에서 생각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러지?"라고 대답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한 게 아니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배경, 사고방식을 완벽히 따라 할 수가 없는데, 그 사람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이다.

 나는 이럴 때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상대방의 행동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내 가치관과 생각이 존중받길 원하는 만큼 나도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다.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너와 다른 생각이고 다르게 행동할 거지만, 너의 생각과 행동도 존중한다. 아니, 최소한 네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럴 수 있지'의 마음가짐을 가지면 화 낼 일이 줄어든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상대방의 기준과 다를 거라는 걸 미리 인지하게 되고 상대방이 내 예상이나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을 하게 돼도 심리적 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다. 오히려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하거나 생각했는지 원인을 찾는데 용이하다. 감정의 동요가 없어 차분한 톤과 빠른 피드백으로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내게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마법의 주문인셈이다.

 혹자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버리는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 있지 않냐는 거다. 내 주관과 가치관이 명확히 서 있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의 태도와 함께 자기 주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가치관이 명확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비교해보고 배울 점이 있거나 반영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열린 태도로 수용할 줄 아는 자세, 반대로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에 내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럴 수 있지'의 자세다.


'그럴 수 있지'가

'그럴 수 없다'가 될 때

우리는 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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