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치킨

아빠가 늦은 시간에 치킨을 사오신 이유

by 조훈희

아빠는 치킨을 사 오셨다. 오늘도 역시나 술을 거나하게 드신 날이었다. 아빠의 굵고 검은손에 들려진 치킨의 냄새는 늦은 시간 땀과 술로 범벅된 아빠 구두에서 나는 지독한 발 냄새를 잊게 할 만큼 고소했다.


엄마는 아빠가 치킨을 사 오실 때마다 밤 열두 시에 치킨을 사 와서 애들을 아주 돼지로 만들기로 작정했냐며 소리치셨다. 그때마다 아빠가 만취 상태로 고개를 푹 떨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는 동안 형과 나는 경쟁하듯 허겁지겁 치킨을 먹었다.


엄마의 우려대로 어린 시절 밤늦게 먹은 치킨 덕분에 아주 돼지까지는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조금 과한 돼지 정도가 되어갔지만 나는 아빠가 술을 드시는 날이면 오늘도 치킨이 오겠구나 생각하며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렸었다.


나는 애타게 아빠의 치킨을 기다렸지만 우리 아빠는 치킨을 드시지 않으셨다. 엄밀히 말하면 닭을 드시지 못하셨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못 먹냐고 물을 때마다 아빠는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닭 잡는 것을 보신 이후 닭을 드시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치킨을 한입 물고 아빠는 왜 꼭 늦은 시간에 드시지도 못하는 치킨을 사 오고 엄마한테 혼나고 계시는 건지 궁금했다. 일찍 사서 일찍 집에 오시면 엄마한테 혼나지도 않고, 나도 마음 편하게 먹을 텐데 그 부분이 항상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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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나도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아빠처럼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서, 매일 출근을 하고 있으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빠질 수 없는 야근과 회식도 점차 많아졌다.


늦은 밤 집에 조심조심 들어가서 이미 아빠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들어버린 두 아들과 육아에 지친 아내의 얼굴을 살짝 보고 조용히 누웠다. 이렇게 집에 늦게 오는 날이 많아질수록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 미안함은 시간이 갈수록 이미 잠들어버린 가족들이 '나'를 잊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런 두려움이 쌓이고 쌓여서 너무 커져버린 날에는 나도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치킨을 튀겨 간다. 늦은 치킨은 아이들 건강에 해롭다지만 그 날 만큼은 '내가 아직 여기 있소.' 라며 치킨 냄새를 풍기며 내 존재를 가족들에게 어필하고 싶다.


대문 앞에서 치킨 사 왔다고 호기롭게 소리도 쳐보고 싶고, 그때 달려 나올 날 기다린 아아들의 모습도 무척이나 보고 싶다. 아버지의 늦은 치킨은 아버지가 잊힐까 봐 두려웠던 '나'라는 존재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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