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치과

엄마가 갑자기 건넨 선물의 의미

by 조훈희

오늘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손을 잡고 이유 없이 장난감 가게에 갔다. 그리고는 내가 평소에 제일 갖고 싶어 했던 빨간 트럭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셨다. 이게 웬일인지 너무 신나서 어리둥절했고, 난 손에 쥐어진 장난감을 요리 죠리 보면서 엄마가 하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네! 네!' 하면서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장난감을 들고 엄마 말씀 잘 듣겠다고 약속을 했더니, 난 어느새 치과 의자에 누워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머리 위에 강한 전등을 켜시더니 이빨을 다 갈아 버릴 듯한 굉음을 내는 기계를 내 입 속에 집어넣으셨다. 장난감을 들고 발버둥 치면서 오열하자 엄마는 내가 안 울기로 약속했다고 말씀하셨다. 난 그렇게 약속한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날 난 내가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얻었지만 소중한 이빨 몇 개를 잃었다.




난 지금 이빨을 뽑기 위해 치과 의자에 앉아 있다. 의사 선생님은 잦은 회식, 과로 그리고 스트레스로 잇몸이 약해지면서 세균이 이빨을 지탱하고 있는 뼈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쌩니를 빼고 뼈 이식을 하지 않으면, 뼈는 더 녹아서 결국 나머지 이빨들도 다 빠질 거라고 현실적인 겁을 주셨다.


슬프게도 난 아직도 치과가 너무 무섭고, 오늘은 내 손에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없다. 어린 시절 젖니의 희생으로 장난감을 얻었듯이, 오늘 뽑힐 내 이빨의 희생으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고민해본다. 내 손에 쥐어진 장난감처럼 명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지금의 상황 정도면 충분한 선물이지'라고 자족해본다.


의사 선생님은 오늘도 입 속에 알 수 없는 기계를 넣었다 뺐다 하셨고, 어김없이 내 이빨은 스테인리스 쟁반 위에 '딸그락' 소리를 내며 평생 살아온 내 입 속에서 떠났다. 어린 시절은 젖니가 빠지면 다시 나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번 이빨이 빠지면 새로 임플란트를 해 넣어야 한다.


어린이의 이빨이 빠지고 새로 나는 것은 마치 어린이의 실수는 용서해 주고, 다시 한번의 기회를 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어른의 실수는 용서가 아닌 범죄가 되듯이 어른이 되어 한번 빠진 이빨은 다시 한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새로 나지 않는다.


오늘 빠진 이빨을 보며, 이제는 어른으로 이빨처럼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치과만큼 무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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