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뽑기

어머니가 알려주신 돈에 대하여

by 조훈희

'이번에는 어떤 장난감이 나올까?'

난 태권도 학원이 끝나자마자 문방구로 뛰어가서 100원짜리 동전을 뽑기 기계에 넣고 힘차세 손목을 비틀어서 손잡이를 돌렸다. 뽑기 기계 속에 가득 찬 투명한 동그란 플라스틱 통은 흔들거렸고, 기계는 트림을 하듯 '꺼걱' 소리를 내면서 동그란 뽑기 통을 뱉었다.


그러나 뽑기에서 나온 것은 뽑기 기계 앞에 그려져 있고, 평소에 갖고 싶었던 멋진 자동차 장난감이 아니라 절대 갖고 싶지 않았던 선인장 모형이었다. 뽑기에 실패한 나는 '실망했어요.'라는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듯이 슬리퍼를 바닥에 끌어서 '끌끌끌끌' 거리며 집에 들어갔다.


대문을 열고 뽑기에 대한 불만을 풀기 위해 엄마한테 한껏 투정을 부렸다. 그렇게 내가 투정을 부리던 그 시기에 엄마는 집에서 부업으로 박스를 접고 계셨다. 엄마가 만들던 박스는 손바닥만한 작은 하얀 종이박스였다. 바깥을 접고 칸막이를 붙여놓으면 병원에서 무언가를 정리할 때 쓰는 박스라고 하셨다.


엄마가 박스 한 개를 접는 데는 약 1분 정도 걸렸고, 박스 한 개를 접어서 버는 돈은 10원이 채 안 되는 돈이었다. 투정을 부리던 나에게 엄마는 박스를 접는 일을 잠시 멈추셨다. 그리고는 날 바라보며 내가 뽑기로 버린 100원을 벌기 위해서는 엄마가 몇십 개의 박스를 접어야 하는지 설명하셨다. 엄마의 그 모습 뒤에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박스들과 이제 박스가 될 하얀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날부터 난 돈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100원짜리를 볼 때마다 방 한 구석에서 박스를 접고 앉아계신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치원생이 된 내 아들이 나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른다. 특히 마트 문화센터 앞에 있는 뽑기 기계를 보면 한 번만 뽑아보면 안 되냐고 조르기까지 한다. 내가 어린 시절 뽑기 한판에 100원이었던 반면 지금은 3,000원으로 많이 가격이 올랐지만 손목을 돌려서 뽑는 방식은 똑같다.


투정을 부리고 있는 아들에게 나도 엄마한테 배운 대로 이 뽑기를 하거나 장난감을 사면 아빠가 몇 시간 더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뽑기를 많이 할수록 그만큼 아빠는 더 집에 늦게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하자 아들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 설명하는 하는 나도 내 아들이 좋아하는 뽑기도 마음껏 시켜주고 싶고, 장난감도 무척이나 사주고 싶다.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웃으며 좋아할 그 이쁜 모습이 너무나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그렇듯 우리 엄마도 웃는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그 순간의 행복은 접어두고, 못난 아들에게 돈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을 것이다. 박스처럼 접힌 엄마의 젊은 시절의 행복과 그 희생 덕분에 난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삼시세끼 챙겨 먹고살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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