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사장 어디 있어? 사장 델꼬와. 니 내가 누군 줄 아나 어? 내가 느그 사장이랑 마!!"
"아 저기 선생님 실례지만 저희 사장님과 관계가 어떻게?"
"너거 사장 강남구 살제? 어?"
"아. 네."
"내가 인마! 너거 사장이랑 마! 어저께도 어? 같이 밥 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 마 다했어!!!"
"저..... 저희 사장님 영국사람인데, 사우나는 좀 그런데요."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일을 하다 보면 영화 같은 대화를 참 많이 나눈다. 계약과 업무를 떠나서 처음부터 소리치며 욕부터 하면 가만히 듣는 방법밖에 없다. 욕을 실컷 해도 내가 차분하게 숨을 쉬고 있으면 그 사람은 더욱 분을 참지 못하고 2차 공격을 한다.
‘인터넷에 올릴 것이다.’
‘친한 기자에게 제보할 것이다.’
‘당신 회사 앞에 가서 시위할 것이다.’
‘잘 아는 국회의원에게 말할 것이다.’
이쯤 되면 나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나도 화가 나서 번쩍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어차피 앉으나 서나 막무가내로 욕하는 사람은 못 당한다는 경험적인 판단에 다시 털썩 의자에 앉는다.
‘같이 욕하면 똑같은 사람 되는 거니까’ 혹은
‘난 교양 있는 문화시민이니까’ 라며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하고 자리를 뜬다. 그래도 결국 다시 욕쟁이를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래의 행동 지침을 따른다.
먼저 억지로 웃으면서 되지도 않는 칭찬을 억지로 한다.
"사장님께서 저를 아들같이 생각해주면서 해주신 진심 어린 조언 덕분에~"
"사장님께서 역시 노하우가 많으셔서~"
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직접 만나게 된다면 두 손으로 그분의 손을 꼭 잡고 악수를 한다. 악수는 편한 스킨십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사람을 만나자마자 꼭 악수부터 하나 보다.
‘당신이 아무리 화를 냈어도 난 이렇게 당신에게 악의가 없어요.’라고 알려주어, 상대의 긴장을 풀어준다. 그래야 그분이 다시 욕을 안 하고, 나도 욕을 안 해도 되는 아름다운 상황이 된다. 물론 악수하기 전에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절대 손은 닦지 않은 상태 거나 급하게 코라도 후빈 손을 내밀어야 내 마음이 편하다. 온갖 바이러스가 손에 잔뜩 묻어 있을수록 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겨우 웃는 것은 힘들지만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상대방이 욕을 하고 그 욕을 또 먹게 되면 마음이 더 아프다. 그런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막상 욕을 한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당한 것은 난데, 스트레스받는 것도 나고, 이로 인해서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도 결국 나다.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나고, 내가 욕을 먹어서 얻는 것이라고는 내 손해뿐이다. 난 오늘도 나쁜 놈들에게 웃어주기 위해서 화장실을 가거나 급하게 코라도 후빈다.
살면서 은혜는 못 갚아도 복수는 해야지 않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