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신입사원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좋아합니다. 요즘 여러분들 사이에서 최탑이 유명하죠?"
갑자기 조용해진 연수원 대강당에는 검은 그림자처럼 적막이 채워졌고, 그 분위기에서 용기 있는 신입사원이 조심스레 손을 들고 물었다.
"혹시 말씀하신 최탑이 빅뱅의 탑 말씀이신가요?"
"옳지! 맞습니다. 훌륭해요. 제가 최 씨라 최 팀장이 듯 탑도 원래 최 씨이니까 최탑. 껄껄껄“
우리는 회사에서 상당히 썰렁한 농담을 건네는 높으신 분들을 자주 뵙는다. 이런 농담을 듣게 되면 두 얼굴이 화끈거려서 빨리 얼굴을 가리고 싶지만 이미 손가락이 다 오그라들어 버려서 얼굴조차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럴 때는 그 농담이 왜 재미있는지 생각하지 말고 우선 웃어라. 2초 이상 고민하면 가식으로 보일 수 있으니 즉시 웃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책상을 두들기고 배를 잡는 듯한 화려한 리액션도 같이 하면 금상첨화다.
"하하하 아이고 배야. 큰일 났다. 내 배꼽이 어디 갔어? 부장님이 웃기셨으니 어서 제 배꼽 찾아주세요. 하하하"
웃음을 통해 회사생활이 조금 더 즐거워질 것이다. 솔직히 안 웃겨도 실컷 웃고 나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억지로 웃어도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분도 젊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구나'
당신이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당신은 젊음을 생각해야 하는 젊음을 잃어버린 존재가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한때 젊었던 부장님들도 젊은 시절에는 그 옛날 부장님이 모셨던 부장님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평생 했었을 것이다.
부장님들도 지금 신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퇴근을 하면 동기들과 씹을 수 있는 상사를 안주로 삼아서 술을 마셨으며, 지금은 부장님 말투로 ‘집사람’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여자 친구와 뜨겁게 사랑도 했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고, 지금처럼 이렇게 배가 나오거나 머리가 빠져 있지도 않았다. 마치 지금의 젊은이들이 그런 것처럼 지금의 부장님들도 그랬다.
한참 잃어버린 배꼽을 찾다 보니 어느덧 회의가 끝났다. 나는 잃어버린 배꼽을 찾았고 부장님께는 잊어버린 젊음을 찾아드렸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그분이 살아왔을 세월을 생각해보니 아무 일 없이 그 농담들이 그냥 이해가 되었다.
나도 어느덧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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