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이직을 하려고 하지?"
가운데 앉은 면접관은 안경을 만지면서 내가 예상했던 질문을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옮기려고 합니다."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지금 다니는 회사 사정이 어렵지 않았다면, 이 회사에는 지원하지 않았을 텐가?"
면접관은 내 대답을 역으로 되물었다. 난 솔직하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지금 회사가 어렵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겁니다."
면접관은 당황하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은 상황에 따라서 이 회사를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사람인데 지금 왜 내 앞에 와서 앉아있나?"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요."
면접관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테이블을 손으로 탁탁 탁탁 내려치며 말했다.
"그럼 회사가 어렵지 않으면 안 오겠다는 것 아니야?"
"네. 그런데 지금 어려워서 여기 와 있지 않습니까?"
결국 면접관은 문을 쾅 닫으며 회의실을 나갔고, 면접관의 빈자리의 좌우에 앉아있던 직급이 조금 낮아 보이는 또 다른 면접관들이 물었다.
"지원자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회사가 장난입니까?"
난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들어오기 전에 진실만 말하라고 해서 진실만 말했는데 왜 그러십니까?"
결국 난 면접관을 화나게 한 죄로 불같이 화끈하게 면접에서 떨어졌다.
또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이야기다.
"지원자님 만약 우리 회사에 오신다면 신규 사업을 진행할지에 대한 판단과 신규 사업 발굴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네?"
면접관의 질문이 너무 거대했다.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거대한 파도가 나타나서 갑자기 내 뇌를 강타하고, 모두 휩쓸고 가서 머릿속이 텅 빈 기분이었다. 솔직히 이 질문은 밑도 끝도 없었다. 내가 과장 경력직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임원 경력직 지원을 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질문이었다. 임원 급 이상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보다니 이 회사는 입사를 해도 걱정이었다. 결국 당황해서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저는 부족합니다. 여기 계신 높으신 분들께서 판단하셔서 저에게 일을 시켜주시면 전 담당자로써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면접을 당하고 있는 담당자가 면접을 지켜보고 계시는 높으신 임원에게 일을 시켰다가 파도처럼 시원하게 면접에서 또 떨어졌다.
‘이제는 내가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거짓말만 하리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도 다 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굳게 다짐하고 다른 회사 면접을 보았다. 난 들어가면서부터 회의실 문을 열고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미천한 저를 위해서 이렇게 높으신 분들께서 시간을 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네 지원자님 여기 앉으세요."
"귀하신 시간을 저 하나를 위해서 맞추기도 힘드실 텐데, 그리고 다들 어려운 일 하시는 분들인데 이렇게 한 곳에 모인 것부터 저에게는 영광이며...... 너스레 너스레~"
"네. 다음 지원자분"
너스레는 나한테 맞지 않는 옷이었나 보다. 이번에는 헐렁하게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동안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수많은 회사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봤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길거리에 다니면서 보이는 간판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는 면접을 다 본 것 같다. 있는 그대로도 말해보았고, 부풀려서도 말해보았다.
그렇게 열심히 다녔더니 이제는
'어떤 일을 꼭 해야겠다.' 혹은
'이 회사에 꼭 가고 싶다.'라는 나만의 신념은 거의 없어진 지 오래다.
'그냥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혹시 지금 당신이 다니는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른 회사에 지원해서 면접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러 사람을 겪다 보면 생각보다 지금 당신의 상사는 당신에게 의외로 친절한 사람일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하고 있는 업무도 당신의 수준에 맞는 일 일수 있다.
새롭게 면접을 본 회사에서 떨어진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어다. 옆집에 사는 또 다른 사나운 개에게 물리기 전에 피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혹시라도 거짓말해서 이직에 성공했다가는 새로운 곳에서 지금보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혹독하게 물어뜯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당신의 천적들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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