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으로 풀어 본 소설같은 회사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by 조훈희

"조 과장,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팀장님은 대표님께 보고를 하러 가는 조 과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말씀하셨다. 조 과장은 무표정하게 돌아보면서 팀장님께 대답했다.


"팀장님 저는 이 사업이 리스크 하거나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내년이면 성공할 사업이거든요."

조 과장은 본인의 사무실이 있는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있는 대표님의 집무실까지 올라갔다. 항상 그늘에 가린 어두운 지하 1층에서 일하다 보니 20층 사무실에 들어오는 햇빛은 조 과장의 눈을 따갑게 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서 대표님 집무실에 들어가자 대표님께서는 햇빛을 받으며 낮잠을 자고 계셨다. 비서는 손뼉을 "짝!" 하고 쳐서 대표님을 깨웠고, 조 과장은 대표님께 보고를 시작했다. 보고가 끝나자 대표님은 결재판을 열어놓고, 서명을 할지 말지 망설이셨다. 조 과장은 펜을 쥐고 차마 사인을 못하고 고민하는 대표님의 손목을 잡고 말씀드렸다.


"실전은 기세입니다."

대표님은 결국 신사업 실행에 대한 결재를 해주셨고, 조 과장 팀은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예술 같은 신사업들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신사업을 맡으면 한두 달을 못 버티고 모두 퇴사해 버려서......"


하루는 대표님께서 차마 실행하지 못하고, 검토 단계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었던 신사업들에 대해서 아쉬워하시며 조 과장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조 과장은 그 이야기를 말없이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집무실을 나가기 직전에 대표님께 입을 열었다.


"제가 사람 하나 휙! 하고 떠올랐는데, 제 사촌의 과 후배 중에 '최식하'라고, 일리노이 대학교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한번 만나보심이 어떠신지요?"


조 과장의 추천으로 집에서 놀고 있던 '최식하 과장'은 대표님 면접을 보게 되었고, 조 과장은 면접 전 최 과장에게 대표님께서 좋아하시는 것들로 조합된 합격의 족보를 알려준다.


"최식하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상무. 그는 네 사촌"

이렇게 최 과장은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회사의 신사업들을 모두 받았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신사업의 불안함은 잊은 채 하루하루 높아진 연봉에 만족하며 흥청망청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해외 출장을 가신 어느 날 조 과장과 그 팀장, 최 과장은 전망이 좋은 20층에 모여서 파티를 했다. 넓은 대표님의 회의실에서 법인카드를 마음껏 긁어서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흥청망청 먹고 마셨다. 그렇게 회사 돈을 쓰고 놀던 중 대표님의 해외 출장이 비행기 결항으로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두들 급하게 술병을 치우고 20층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대표님과 마주칠까 봐 살금살금 비상계단을 통해 바퀴벌레처럼 내려갔다. 때마침 빌딩은 물청소 중이라 계단실 바닥이 구정물로 흥건했다. 조 과장은 흠뻑 젖은 구두를 두 손에 들고,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1층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이미 그곳에는 먼저 도망 나온 최 과장과 팀장님이 허탈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팀장님은 뒤늦게 도착한 조 과장에게 속삭였다.


"너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무엇인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그러니깐 계획이 없어야 돼. 계획이 없으니깐 뭐가 잘못될 일도 없고, 애초부터 계획이 없으니깐 뭐가 터져도 다 상관없는 거야."


다음 날 대표님께서는 팀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른 아침부터 신사업 진행상황 보고를 받겠다고 하셨다. 어제 일로 모두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오직 대표님께 잘 보여서 이번 달 월급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긍정적인 보고서를 꾸미기에 바빴다. 팀장님이 웃으면서 대표님께 신사업 보고를 하는 사이 조 과장은 그동안 누락된 자금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거래처도 잠적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들이 먹고 즐기는 사이에 신사업은 회사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로 팀장님과 조 과장, 최 과장 모두 해고를 당했고, 대표이사는 배임죄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물론 회사도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되었다.


몇 달 뒤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었고, 새 일자리를 찾던 조 과장은 옆 빌딩에 위치한 유사한 업종의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새로운 회사에 기생하기 시작한 조 과장은 지난 회사의 사무실을 보며 이미 퇴직해서 연락조차 닿기 힘든 팀장님께 결재판을 들고 보고하듯 중얼거렸다.


"팀장님 저는 근본적인 계획을 세웠어요. 돈을 벌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 회사를 사겠습니다. 팀장님은 올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 본 글에 씌여진 내용은 영화를 기반으로 작성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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