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보고서 수정, 손은 눈보다 빠르다

by 조훈희

"아야~ 슬슬 회의 끝낼 준비해야 쓰겄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오늘 까지 보고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전무님께 밑에서 한 부, 상무님도 밑에서 한 부, 나한테 한 부

전무님께 다시 밑에서 한 부, 이제 상무님께 마지막 한 부

갑자기 전무님이 내 손목을 잡으며 말한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내 보고서하고 김상무 보고서를 밑에서 뺏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증거 있으십니까?"

"증거? 증거 있지. 너는 내한테 보고서 ‘최종본’을 줬을 것이여. 그리고 김상무한테 줄려는거 이거 이거, 이거는 ‘최종본_version2’ 아니여? 자 모두들 보쇼. 내가 잘못된 보고서를 사장님께 올리게 해서 내 회사생활을 끝내게 하겠다 이거 아니여?"

"시나리오 쓰시는 거 아닙니까?"


떨리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팀장님께서 일어나며 소리친다.


"예림씨! 전무님 보고서 봐바! 혹시 '최종본_version3' 아니야?"

그러자 예림씨의 손을 막으며 전무님이 소리친다.


"보고서 건들지마. 인사평가 날라가붕게! 야 사직서 가져와"

"꼭 이렇게 까지 하셔야만 하십니까?"

"보고서 틀리면 피 보는거 안 배웠냐?"

"그럼 전무님 보고서가 최종 업데이트된 수정본이라는 것에 제 회사생활 모두를 걸겠습니다."

"이 녀석이 어디서 약을 팔어? 오냐 내 회사생활과 30년간 쌓인 퇴직금까지 모두 건다. 보고서 싹 다 가져와“

사직서 양식과 퇴직금 내역이 회의 테이블 위로 준비가 되자 전무님께서는 사악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까볼까? 그럼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겄습니다. 따라라라~"

전무님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전무의 표정이 상기되고, 주위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최종본_version5 이네! version2도 version3도 아닌 version5 여!"


오늘도 어디가 최종인지, 어디가 마지막일지 모를 기나긴 대하보고서를 쓰다가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파일명 레알최최최최최종본, 이거진짜파파파파파이날_v13



▼ 조훈희 작가의 출간도서 "밥벌이의 이로움" 찾아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7357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카톡으로 흥한 자, 카톡으로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