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철갑 속에 숨겨진 바닐라 크림
[톰 포드 메탈리크 향수 설명]
메탈리크는 이름 그대로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과 따뜻한 바닐라가 충돌하는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향수이다.
톰 포드 특유의 관능적이고 대담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알데하이드의 날카로운 서늘함으로 시작해 몽환적인 화이트 플로럴과 바닐라로 부드럽게 감싸는 반전 매력을 지녔다.
미래지향적인 갑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아주 여리고 달콤한 살결을 숨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노트 구성]
탑 노트는 알데하이드 베르가못 핑크 페퍼이다.
처음 분사하는 순간 코끝을 베일 듯 날카롭고 차가운 알데하이드가 폭발한다.
마치 한겨울에 차가운 스테인리스 스틸을 맨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금속성의 서늘함과 베르가못의 쨍한 기운이 섞여 있다.
미들 노트는 산사나무 은방울꽃 헬리오트로프이다.
금속성의 날카로움이 걷히기 시작하면 파우더리한 화이트 플로럴 향이 피어오른다.
헬리오트로프 특유의 포근하고 은은한 꽃향기가 차가운 철갑을 뚫고 나오며 묘한 온기를 더해준다.
베이스 노트는 암브레트 시드 페루 발삼 바닐라 샌달우드이다.
이 향수의 진정한 매력은 잔향에 있다.
서늘했던 첫인상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달콤하고 진득한 바닐라와 부드러운 샌달우드가 피부에 스며들어 포근하고 관능적인 살냄새를 완성한다.
[전체적인 리뷰]
차가운 로봇의 차가운 심장 부근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바닐라 케이크의 향기이다.
금속과 바닐라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요소가 만나 극강의 세련됨을 만들어냈다.
인공적이고 날카로운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지만 그 차가운 장막을 걷어내면 나타나는 바닐라의 포근함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중독성 강한 향수이다.
차가운 철갑 속에 숨겨진 바닐라 크림 톰 포드 메탈리크의 서늘한 온도차
세상에는 절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 묘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 있다.
오늘 마주한 톰 포드의 메탈리크가 바로 그런 충돌의 미학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이다.
이름부터 메탈리크 즉 금속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감정이라고는 한 치도 섞이지 않은 냉혹한 안드로이드를 연상시키는 이 향수에서 과연 사람의 온기를 찾을 수 있을지 차가운 금속 표면에 코를 가져다 대는 심정으로 그를 관찰했다.
[감각 사진]
한겨울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매끄럽고 차가운 은빛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 위로 따뜻하고 달콤한 하얀색 바닐라 크림이 천천히 흘러내리며 기묘하게 굳어가는 장면
그와의 첫인상은 베일 듯이 날카롭다.
분사 직후 코를 찌르는 알데하이드의 향연은 갓 뽑아낸 날 선 칼날처럼 서늘하고 쨍하다.
과거 샤넬 넘버 파이브에서 느꼈던 고전적인 알데하이드와는 결이 다르다.
훨씬 더 현대적이고 인공적이며 마치 우주선의 차가운 금속 벽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듯한 극강의 냉정함이 느껴진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완벽한 철갑 앞에서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베일 것 같은 두려움마저 든다.
하지만 이 차가운 금속의 방패는 의외로 빨리 녹아내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날카로웠던 알데하이드의 장막 뒤로 헬리오트로프와 은방울꽃의 파우더리한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이 향수의 진짜 정체인 바닐라가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달콤하고 크리미하며 포근한 바닐라이다.
차가운 금속을 깨물었더니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피가 아니라 따뜻한 바닐라 시럽이었던 셈이다.
이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온도차는 맡는 이로 하여금 깊은 혼란과 동시에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이 향수는 철저하게 계산된 변태적인 매력을 지녔다.
그는 사람들을 밀어내기 위해 차가운 금속의 갑옷을 입고 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달콤한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외로운 존재이다.
겉으로는 빈틈없는 완벽주의자 상사처럼 굴지만 단둘이 있을 때는 달콤한 디저트를 찾으며 무장 해제되는 이중적인 사람의 냄새이다.
이 극단적인 부조화 때문에 향수를 소화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최종 분석 결과 메탈리크는 뻔한 플로럴이나 바닐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내리는 신선하고도 차가운 충격 요법이다.
날이 선 차가움으로 시작해 나른하고 달콤한 관능으로 끝나는 이 향기는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 도도함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싶을 때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