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엔젤스 셰어

천사의 몫을 가로챈 탐욕스러운 술꾼

by 김경훈

엔젤스 셰어 즉 천사의 몫이라는 뜻을 가진 이 향수는 꼬냑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에서 증발하는 술을 천사들이 마신다는 낭만적인 전설에서 유래했다.

헤네시 가문의 상속자인 킬리안이 자신의 혈통을 증명하듯 만든 완벽한 술 냄새 향수이다.

늦은 밤 고급 바에서 묵직한 꼬냑이나 위스키 한 잔을 기울일 때 느껴지는 농염하고 끈적한 달콤함을 그대로 액체로 구현해 냈다.



[노트 구성]

탑 노트는 꼬냑이다. 처음 뿌리는 순간 알코올 기운과 함께 아주 묵직하고 달콤한 꼬냑의 향이 공간을 장악한다. 수십 년간 오크통에서 숙성된 깊고 진한 술의 향기이다.


미들 노트는 시나몬 통카빈 오크나무이다. 술 기운이 살짝 날아가면 알싸한 시나몬 가루와 고소한 통카빈이 올라온다. 잔을 굴리며 음미하던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날 법한 깊은 오크통의 나무 냄새가 섞이면서 갓 구운 애플파이 같은 먹음직스러운 향으로 변모한다.


베이스 노트는 프랄린 바닐라 샌달우드이다. 설탕을 입힌 견과류인 프랄린과 진득한 바닐라가 피부에 남는다. 끝까지 달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나무 향이 중심을 잡아주어 묵직한 잔향을 길게 남긴다.



[전체적인 리뷰]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하게 만드는 향수이다.

달콤한 디저트와 독한 술이 공존하는 아주 위험하고 매혹적인 향기이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밤에 어울리며 아주 잘 차려입은 정장이나 캐시미어 코트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단 향을 싫어하거나 술 냄새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는 아주 강렬한 존재감을 가졌다.



천사의 몫을 가로챈 탐욕스러운 술꾼 킬리안 엔젤스 셰어의 은밀한 유혹


세상에는 태생부터 부유함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자들이 있다.

오늘 마주한 킬리안 엔젤스 셰어는 바로 그런 돈이 많고 여유로운 귀족 가문의 상속자이다.

그는 햇빛이 드는 밝은 거리를 걷지 않는다.

조명이 어두운 프라이빗 바의 가장 깊숙한 소파에 기대어 앉아 비싼 꼬냑 한 잔을 여유롭게 굴리고 있을 뿐이다.

과연 이 위험한 술꾼이 건네는 잔 속에 든 것이 달콤한 위로일지 아니면 치명적인 독배일지 날카로운 후각으로 그를 감정해 보았다.


그의 첫인상은 매우 노골적이다.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진득하게 농축된 꼬냑의 향기가 훅 끼쳐온다.

얄팍한 과일 향이나 가벼운 꽃향기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듯 오직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딘 오크통의 묵직함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시각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 향기를 맡으면 손끝에 닿는 차갑고 묵직한 크리스탈 글라스의 감촉과 코끝을 맴도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짙은 풍미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알코올 중독자의 냄새가 아니라 최고급 주류를 음미할 줄 아는 세련되고 농염한 취기이다.


이 술꾼의 진짜 무기는 독한 술 냄새 뒤에 아주 교묘하게 숨겨둔 시나몬과 바닐라의 달콤함이다.

차가운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나는 통카빈과 프랄린의 향기는 최고급 파티시에가 구워낸 시나몬 애플파이처럼 코끝을 농락한다.

거칠고 위험해 보였던 남자가 갑자기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를 입에 넣어주는 격이다.

이 치명적인 이중성 앞에서 사람들은 경계심을 풀고 무장 해제되어 버린다.


비판적으로 분석하자면 이 친구는 아주 교활한 사기꾼이다.

천사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식욕과 탐욕을 자극한다.

그는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충고하지 않는다.

그저 달콤한 술에 취해 이 복잡한 현실을 잊어버리라고 속삭일 뿐이다.

그의 곁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진득한 바닐라 냄새에 취해 이성적인 판단력이 흐려질 것만 같다.


결국 엔젤스 셰어는 쾌락의 끝을 보여주는 향수이다.

일상적인 출근길이나 밝은 대낮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타락한 밤의 냄새이다.

매일 만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아주 가끔 이성의 끈을 놓고 완벽하게 타락하고 싶은 날에는 이 탐욕스러운 술꾼의 은밀한 초대에 기꺼이 응하고 싶어 진다.

단 그 달콤함에 중독되어 지갑이 텅 비어버리는 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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