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통과해야 하는 흥미로운 시험이 있다.
열흘간의 합숙을 통해 서로의 성격과 생활방식을 배우고, 갈등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실습한다.
이는 결혼을 단순한 감정의 결합이 아닌,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로서의 관계적 역량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회적 계약으로 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제도는, 안내견 탱고 그리고 여자친구 보보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파트너 그리고 안내견으로 이루어진 이 삼인조의 삶은, 그 자체가 매일 이어지는 생활형 시험과도 같다.
브라질의 예비부부들이 열흘간의 집단교육을 받는다면, 우리는 매일의 외출과 식사 그리고 장보기와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순간들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조금씩 쌓아간다.
이 과정은 공식적인 시험보다 훨씬 더 긴장감 있고, 더 실제적인 공동체 훈련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은 아이케아에서 구입한 새 책장을 조립하는 일이었다.
설명서는 그림뿐인 무언의 언어로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협력적 문제 해결’이라는 이름의 생활 실기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보보는 설명서의 시각 정보를 언어로 번역하고, 나는 손끝의 촉각을 통해 부품의 형태와 위치를 파악하며 조립을 시도했다.
탱고는 그 모든 소란 속에서 묵묵히 곁을 지키며, 불안과 긴장을 흡수하는 정서적 지지자 역할을 해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단지 책장을 세우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는 법,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몸을 맡기는 용기, 그리고 예기치 못한 문제 앞에서 짜증 대신 유머를 선택하는 태도 같은 삶의 방식이다.
이 모든 것은 시험지로는 측정할 수 없는 진짜 역량이자, 서로에 대한 깊은 상호의존성에서 비롯되는 삶의 기술이다.
결국 브라질의 결혼 시험이 던지는 질문은 이 한 문장에 요약될 수 있다.
당신은 이 사람과 함께할 준비가 되었는가.
우리에게도 이 질문은 매일 반복된다.
그리고 서툰 손길로 조립한 책장이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질문에 충분히 대답한 셈이다.
진정한 결혼 자격증은 어디에도 인쇄되지 않는다.
그것은 갈등의 순간에도 여전히 곁에 머무는 태도,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공동의 서사 속에 조용히 새겨져 있다.
오늘도 탱고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길을 걷고, 보보의 목소리에 따라 풍경을 상상한다.
그 순간순간은 매일이 시험이지만, 동시에 매일이 합격이다.
사랑은 완벽한 결과보다, 함께 어긋나고도 끝내 도달하는 그 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