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연구자에게 세상은 지나치게 친절하고 시끄럽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며 억지로 행동하지 말고 말 좀 줄이라고 일갈했다.
황제님이야 로마 전체를 가졌으니 배가 불러서 하신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익사 직전인 나에게는 이 말이 지독한 블랙코미디처럼 들린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덱싱할 것만 늘어나고, 내 논문의 결론은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대학도서관의 좁은 연구용 캐럴 안이다.
공기 중에는 먼지 쌓인 책들의 쿰쿰한 냄새와 탱고의 눅눅한 숨결이 뒤섞여 흐른다.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점자 논문들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절규하는 경훈이 있다.
그의 발치에는 육중한 탱고가 좁은 공간이 불편하다는 듯 엉덩이로 경훈의 다리를 짓누르며 세상을 다 산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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