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반월당 네거리, 낡은 메디컬 타워 팔 층에 위치한 편안 수면 클리닉의 공기는 언제나 소독용 알코올 냄새와 오래된 원두 찌꺼기의 시큼한 냄새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수면 전문의 서 원장은 진료실 책상에 엎드린 채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쉴 새 없이 달리는 자동차들의 무거운 엔진 소리가 두꺼운 방음 유리를 뚫고 희미하게 웅웅거렸다. 서 원장은 칠 킬로그램짜리 납 가운을 입은 것처럼 짓눌리는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환자들의 수면 장애를 고쳐주는 의사 본인이 정작 하루에 세 시간도 자지 못하는 지독한 불면증 환자라는 사실은, 이 병원의 가장 은밀하고도 씁쓸한 블랙 코미디였다.
서 원장의 불면증은 스트레스나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엉뚱하고 하향 평준화된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저주받은 초능력 때문이었다. 그는 타인의 콧노래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오늘 밤 꿀 꿈의 내용을 흑백 무성 영화처럼 뇌리에서 미리 재생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처음에는 이 능력이 정신과나 수면 의학에 획기적인 진단을 가져다줄 것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끔찍했다. 꿈이라는 것은 본래 논리가 없고 기괴하며 파편적인 이미지의 연속이다. 게다가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흑백의 무성 영화라니. 찰리 채플린의 희극이라면 모를까, 환자들의 불안과 트라우마가 뒤섞인 흑백의 악몽을 매일 강제로 시청해야 하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길을 걷다 스쳐 지나가는 행인의 흥얼거림만 들어도, 서 원장의 머릿속에는 모르는 사람의 흑백 꿈이 팝업창처럼 떠올라 시신경을 괴롭혔다. 그래서 그는 항상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녔고, 진료실에는 콧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여두기까지 했다.
오후 네 시, 대기실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진료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원장님, 이 주일째 잠을 한숨도 못 잤습니다. 수면제를 먹어도 삼십 분 만에 깨어납니다. 살려주십시오."
사십 대 중반의 남성 환자 최가 퀭한 눈으로 들어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은 잿빛이었고, 셔츠 깃에서는 식은땀이 말라붙은 시큼하고 눅눅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서 원장은 습관적으로 커피포트의 전원을 올리며 건조하게 대답했다.
"선생님, 세상에 못 자서 죽는 병은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이라는 희귀병 말고는 없습니다. 숨 쉬는 게 불편하십니까, 아니면 자다가 발차기를 하십니까. 일단 뇌파 검사랑 수면 다원 검사부터 예약하시죠."
서 원장이 타자기를 치듯 키보드를 두드리며 차트를 작성했다. 타닥, 타닥. 건조한 기계음이 진료실을 채웠다. 최는 초조한 듯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아주 작고 억눌린 소리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음, 으음, 음. 그것은 구슬프고도 단조로운, 어릴 적 할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같은 선율이었다.
"선생님, 진료실에서 콧노래는 삼가주..."
서 원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콧노래의 진동이 서 원장의 고막을 때리자마자, 그의 시야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흑백의 영사기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차르르륵. 낡은 필름이 돌아가는 환청과 함께 최의 오늘 밤 꿈이 서 원장의 뇌수를 덮쳤다.
소리 없는 흑백 화면 속에서 최는 거대한 수조 안에 갇혀 있었다.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데, 최의 입은 누군가 꿰매놓은 것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흑백의 물보라가 일고, 최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유리벽을 긁어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산소가 부족해 핏대가 선 목덜미와 공포에 질린 부릅뜬 두 눈의 질감이 서 원장의 숨통마저 조여오는 듯했다. 최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화면이 페이드 아웃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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