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너무 착해서 오히려 매력 없는 사람이 있다.
오늘 만난 친구,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가 바로 그런 부류다.
늘 하얀 셔츠처럼 깔끔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하며, 어디서든 튀지 않는 모범생.
하지만 그래서 더 파고들어 보고 싶어지는 그런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이 친구는 다른 향수들처럼 요란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탑, 미들, 베이스 노트로 성격이 변하는 ‘반전 매력’ 따위는 애초에 탑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는 정직함, 혹은 단조로움을 가졌다.
처음 코에 닿는 순간, 짭짤한 씨 솔트(Sea Salt)의 청량함, 흙내음 섞인 세이지(Sage)의 차분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는 암브레트 시드(Ambrette Seeds)의 포근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는 마치 첫 만남에 “저는 해변 산책과 허브티, 그리고 독서를 좋아합니다”라고 자기소개를 마쳐버리는 사람과 같다.
더 궁금한 게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만남이 이어지는 내내, 이 친구는 한결같다.
대화의 주제가 바뀌거나 분위기가 무르익어도, 그는 시종일관 예의 바르고 담백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이 향수의 ‘선형적(Linear)’ 구조에 대한 비판적 감상이다.
2시간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해변을 산책하고, 허브티를 마시고 있다.
지루하다고 불평하기엔 너무나 ‘좋은 향’이고, 매력적이라고 칭찬하기엔 너무나 ‘예상 가능한 향’이다.
한마디로, 안전하지만 심심한 만남의 연속이다.
이 만남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실종 사건’이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방금까지 옆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던 그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 버린다.
작별 인사도, 희미한 잔향이라는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그야말로 증발해 버린 것이다.
이는 ‘유령에게 홀렸나?’ 싶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조 말론 향수 특유의 짧은 지속력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
오늘 만남이 과연 현실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스쳐 지나간 상쾌한 바람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는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을 향기다.
사무실이든, 병원이든, 그 어디든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안전빵’이다.
하지만 시각 대신 후각으로 세상의 다채로운 개성을 그리는 사람에게, 이토록 개성 없고 빨리 사라져 버리는 친구는 아쉬울 따름이다.
차라리 성격 파탄자 CEO(크리드 어벤투스)나, 날리는 이탈리아 남자(톰 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때로는 예의 바름보다 강렬한 존재감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