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계의 ‘성공한 CEO’라 불리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크리드 어벤투스.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 친구는 만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오늘은 과연 어떤 얼굴로 나타날지,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의 성공 신화를 낱낱이 분석해 보기로 했다.
첫 등장은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다.
잘 익은 파인애플과 블랙커런트, 상큼한 베르가못이 터져 나오며 “내가 바로 이 구역의 주인공이다!”라고 선포한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젊은 사업가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 듯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후각만으로도 그의 성공 가도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 강력한 한 방에 왜 수많은 이들이 그를 추종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시작부터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아주 영리한 친구다.
잠시 후,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요란했던 과일 향이 잦아들자, 스모키한 자작나무(Birch)와 묵직한 파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화려한 파티를 즐기던 CEO가 서재로 돌아와 시가에 불을 붙이는 순간과 같다.
야망과 카리스마,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고독함까지.
이 복합적인 향기는 그가 단순히 운이 좋았던 졸부가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인물임을 증명한다.
그런데 진짜 재미있는 점은 지금부터다.
이 친구, 소문대로 만날 때마다 컨디션이 다르다.
작년에 만났던 어벤투스는 파인애플 주스를 연신 들이켜는 유쾌한 IT 갑부 같았다면, 오늘 만난 어벤투스는 자작나무 숲에서 방금 나온 듯한 과묵한 부동산 재벌 같다.
소위 ‘배치(Batch)’마다 향이 다르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성공한 CEO의 일관성 없는 업무 능력이라니.
오늘은 과일 향이 풍부한 ‘긍정적 어벤투스’일까, 스모키함이 가득한 ‘마초적 어벤투스’일까.
이건 뭐, 향수계의 지킬 앤 하이드가 아닌가.
크리드 어벤투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매력적인 ‘성공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그 성공 신화에는 ‘뽑기 운’이라는 치명적인 허점이 존재한다.
그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변덕스러운 모습을 알면서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시각 정보 없이 오직 향의 일관성과 깊이에 의존하는 사람에게 어벤투스의 이런 변덕은 성공 신화라기보다 잘 포장된 ‘불안정한 자아’ 이야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