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향수 하나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언어는 종종 길을 잃게 만든다.
‘지중해의 푸른 햇살을 닮은’, ‘장밋빛 노을 같은’.
이 아름다운 시각적 비유들은,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이에게는 해독 불가능한 암호일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나의 ‘연구 가설’이 탄생했다.
향기라는 것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감각적 경험`이다.
그리고 글 또한, 현실을 언어라는 추상적인 기호로 번역해 낸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추상성이 다른 하나의 추상성을 설명하고 붙잡아두는, 가장 완벽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매거진은 바로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긴 `실험`의 기록이다.
이것은 시각 정보가 배제된 채, 오직 후각과 그로 인해 촉발되는 기억 그리고 감정에만 의지한, 향기에 대한 `현상학적 기술`이 될 것이다.
병의 모양이나 액체의 색깔 혹은 광고 모델의 이미지 같은 모든 시각적 `편향`을 걷어낸, 순수한 향의 `본질`에 대한 탐구이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 이 연구의 과정을 공유하려 한다.
이것은 단순히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를 나열하는 분석 보고서가 아니다.
하나의 향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떤 풍경을 그려내고, 마침내 어떤 여운을 남기는지에 대한 `후각적 서사`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 여정은, 향기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언어라는 이름의 지도로 그려나가는 과정이다.
향을 사랑하지만 그 막연함 앞에서 망설였던 모든 이들에게, 이 서투른 `감각 번역`의 기록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믿는 모든 이들을, 이 향기로운 연구일지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