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그래서 더 알고 싶어지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있다.
오늘 만난 친구, 바이레도의 ‘모하비 고스트’는 바로 그런 존재다.
척박한 모하비 사막에서, 다른 꽃을 흉내 내어 벌을 유혹하는 ‘고스트 플라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친구.
과연 그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지, 그의 아름다운 속임수에 기꺼이 넘어가 주기로 작정하고 대화를 청해 보았다.
그의 등장은 유령처럼 갑작스럽고도 고요하다.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모르게, 낯설고도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잘 익은 열대과일 사포딜라의 달콤함과, 사람의 체취를 닮은 암브레트 시드의 포근함.
이는 마치 “내가 누군지 궁금해?”라고 속삭이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유령의 첫인사와 같다.
강렬하지 않지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존재감이다.
그의 정체에 다가가려 할수록, 그는 더욱 모호해진다.
차갑고도 파우더리한 바이올렛의 향기가 피어오르다가도, 크리미한 매그놀리아와 부드러운 샌달우드의 향기가 그를 감싼다.
사막의 유령이라기엔 너무나 촉촉하고, 꽃의 정령이라기엔 너무나 서늘하다.
그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가도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아름다움은 연약함의 증거인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위장술인가.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을 포기할 때쯤, 그는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질 채비를 한다.
그가 떠나고 난 자리에는 바닐라 섞인 휘핑크림처럼 달콤하고 폭신한 샹티이 머스크와, 깨끗한 시더우드, 그리고 투명한 앰버의 잔상이 남는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향기는 피부 위에 유령처럼 머물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방금 전의 만남은 과연 현실이었을까.
모하비 고스트는 향수가 아니라 하나의 아름다운 미스터리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은 ‘유령 꽃’의 서사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그의 향기는 어느 하나로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겹의 얼굴을 가졌다.
감각으로 그의 정체를 좇다 보면, 강한 것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가장 연약해 보이는 것이 가장 강한 생존자일 수 있다는 역설.
모하비 고스트는 소리치지 않고 속삭이는 방식으로, 그 어떤 향수보다도 깊고 긴 여운을 남기는 가장 매력적인 유령과의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