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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오스본을 떠나보내며

by 김경훈

어느 작가님의 피드에서 우연히 마주한 문장.

오지 오스본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는 듯했다.

헤비메탈이라는 어둠의 축제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

나에게 그 문은 언제나 오지 오스본과 그의 밴드 블랙 사바스였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소음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오지 오스본은 나만의 고막 남자 친구였다.

굉음처럼 들려오던 그의 사악하고도 매혹적인 음색.

블랙 사바스의 어둡고 묵직한 음향 세계.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또렷하게 듣고 싶어서, 장학금과 용돈을 긁어모아 낡은 음향기기를 바꾸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더 분명히 감각하려는 절실함이었다.


소니의 MDR-E888 이어폰이 들려주던 날카로운 기타 리프.

얼티밋 이어스의 트리플파이가 들려주던 깊고 단단한 베이스.

이 모든 장비는 나에게 블랙 사바스라는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지도이자 나침반이었다.

그 체험은 나중에 음향기기에 대한 매거진을 써보고 싶다는 꿈의 씨앗이 되었다.

음악을 더 잘 듣고 싶다는 갈망은 결국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는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I Don't Wanna Stop.

No More Tears.

Over the Mountain.

이 세 곡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통과해 준 가장 든든한 친구였다.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하여 그의 부고 소식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거대한 종소리처럼 가슴을 울린다.

음악이 삶의 일부가 되었던 이들에게, 오지 오스본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었다.


오늘 밤은 그의 음악과 함께 보내야겠다.

그의 목소리로, 그가 열어주었던 어둡고도 찬란했던 세계를 다시 한번 여행해야겠다.

그의 노래 제목처럼, 그의 음악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I Don't Wanna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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