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니모 신부님께서 귀한 수제 소시지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 소시지만큼이나 묵직한 유리병 하나를 함께 건네셨다.
“이 소시지와 함께 먹으면 천상의 맛을 볼 수 있는 독일식 김치라오.”
시큼하면서도 톡 쏘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강렬한 발효 향이 퍼져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곁에서 얌전히 잠을 자던 탱고가 벌떡 일어나더니, 코를 벌름거리다 말고 “에취!” 하고 온몸이 울리는 재채기를 터뜨렸다.
그리고는 마치 배신당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방구석으로 도망가 버렸다.
탱고를 도망치게 한 그 ‘독일식 김치’의 정체는 바로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였다.
잘게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서양의 대표적인 저장 음식이다.
사실 그 강렬한 첫 냄새에 잠시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부님이 구워주신, 기름지고 고소한 소시지 한 점에 자우어크라우트를 곁들여 입에 넣는 순간, 모든 의심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한 산미가 소시지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과연 흰쌀밥을 부르는 무시무시한 ‘밥도둑’이었다.
이 음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흥미로운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름 때문에 독일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원은 기원전 중국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방 민족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보관했던 것이 칭기즈칸의 군대나 타타르족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시간과 미생물이 빚어내는 이 시큼한 연금술(Alchemy)은 이후 대항해시대 선원들을 괴혈병으로부터 구해준 일등 공신이 되기도 했다.
비타민 C가 풍부했던 자우어크라우트 덕분에, 제임스 쿡 선장은 긴 항해에도 선원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후각과 미각, 촉각으로 음식을 만나는 입장에서, 자우어크라우트는 하나의 감각적 역설(Sensory Paradox)과도 같다.
코를 찌르는 첫 향은 일종의 경고 신호처럼 느껴지지만, 입안에서의 경험은 그 경고를 완전히 뒤집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겉모습이나 첫인상만으로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섣부른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기꺼이 경계를 넘어 맛을 보려는 약간의 용기와 신뢰가 필요하다.
자우어크라우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류의 생존 전략이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빚어내는 미생물학적 변환(Microbiological Transformation)의 경이로움이다.
첫인상의 편견을 깨고 진가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는 겸손한 지혜의 맛이다.
탱고의 요란한 재채기로 시작된 한낮의 소동은 그렇게 음식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깊은 사유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