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행복에 취해, 주변 사람마저 그 행복 속으로 강제로 끌어들이는 이들이 있다.
오늘 만난 친구, 킬리안의 ‘문라이트 인 헤븐’은 바로 그런, 갓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후일담을 늘어놓는 행복한 신부와 같다.
천국의 달빛 아래 즐기는 로맨틱한 휴양지에서의 저녁 식사라는 듣기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콘셉트를 가진 친구.
과연 그의 행복 자랑을 몇 시간이나 들어줄 수 있을지, 반쯤은 시기하는 마음으로 그의 저녁 식사 초대에 응해보기로 했다.
식사의 시작은 상큼한 웰컴 드링크와 같다.
톡 쏘는 레몬과 자몽의 향기가 후추를 살짝 곁들인 핑크 페퍼와 함께 혀끝을 자극한다.
이는 마치 최고급 리조트의 풀사이드 바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첫 칵테일을 들이켜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자, 지금부터 모든 걸 잊고 완벽한 휴가를 즐기세요!”라고 강요하는 듯한, 거부할 수 없는 상쾌함이다.
메인 요리가 등장하자, 파라다이스의 향연은 절정에 달한다.
이 친구의 핵심 정체성은 바로 열대 과일의 달콤하고 크리미 한 향기다.
잘 익은 망고의 농염한 단내와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의 향이 어우러져, 마치 ‘망고 스티키 라이스’ 한 그릇을 코앞에 둔 듯하다.
이국적이고, 관능적이며, 한없이 달콤하다.
그의 이야기는 온통 파라다이스에서의 로맨틱한 추억뿐이다.
아름다운 달빛, 부드러운 모래사장, 그리고 달콤한 망고.
그의 행복은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길고 달콤했던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가 남긴 잔향은 따뜻한 밤공기와 같다.
부드러운 통카빈과 흙냄새를 닮은 베티버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포만감과 함께 로맨틱했던 저녁의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여기서 비판적인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이 완벽한 ‘천국’은 과연 실재하는 곳일까?
아니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최고급 신혼여행 패키지 상품은 아닐까?
그의 행복은 진짜 경험이라기보다, 잘 만들어진 판타지에 가깝다는 의심이 든다.
‘문라이트 인 헤븐’은 의심할 여지없이 현실로부터의 가장 달콤하고 완벽한 도피처다.
지친 이들을 순식간에 천국의 해변으로 데려다 놓는 후각의 마술사다.
하지만 그의 완벽함 속에는 예측 불가능한 모험이나 거친 현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히려 공허하게 들린다.
그는 진짜 여행의 동반자라기보다는 잘 찍은 여행 사진 앨범에 가깝다.
가끔은 달콤한 망고 디저트보다, 길거리에서 사 먹는 짭짤한 꼬치구이가 더 그리울 때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