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한 복장으로 만나자고 약속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맞춤 정장을 입고 나타날 것만 같은 친구가 있다.
오늘 만난 ‘아쿠아 디 파르마 콜로니아 에센자’는 바로 그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이탈리아 신사다.
검은색 턱시도를 연상시키는 그의 병처럼, 그는 향수라기보다 하나의 완벽하게 재단된 ‘스타일’ 그 자체다.
과연 이 고지식할 만큼 클래식한 친구와, 동네 카페에서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괜히 구겨진 옷깃을 매만지며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의 등장은 언제나 눈부시다.
이탈리아에서 자라는 모든 종류의 시트러스, 즉 레몬, 오렌지, 베르가못, 자몽 등을 한데 모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는 단순한 상쾌함이 아니라, 잘 짜인 오케스트라의 서곡처럼 장엄하고 화려하다.
마치 최고급 테일러샵의 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자신감 넘치고 흠잡을 데 없는 첫인상이다.
그의 향기만으로도, 그의 구두는 분명 거울처럼 반짝일 것이고, 그의 셔츠에는 주름 하나 없을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대화가 시작되자, 그의 진짜 매력이자 비판점이 드러난다.
그의 중심에는 로즈메리, 장미, 재스민 등 클래식한 향기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날카로운 클로브(정향)의 스파이시함이 이 모든 부드러움을 통제한다.
이는 친절하지만 결코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성격과도 같다.
그의 향기는 흔히 말하는 ‘이탈리안 바버샵’, 즉 이탈리아의 고급 이발소 냄새다.
잘 заточенная 면도날과 뜨거운 스팀 타월, 그리고 최고급 비누 거품.
그의 모든 향기는 ‘전통’과 ‘격식’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무심코 던진 농담 한마디조차 가볍게 느껴지게 만든다.
만남이 끝나고 그가 떠난 자리.
공기 중에는 흙냄새를 닮은 베티버와 깨끗한 화이트 머스크, 그리고 품위 있는 패출리의 잔향이 남는다.
이는 언제나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남자의 흔적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완벽함은 때로 숨이 막힌다.
그는 과연 긴장을 푸는 법을 알까?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늦잠을 자 본 적은 있을까? 그의 우아함은 존경스럽지만, 동시에 다가가기 힘든 견고한 갑옷처럼 느껴진다.
콜로니아 에센자는 병에 담긴 완벽한 신사다.
그는 시간을 초월한 세련됨의 정수이며,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당신을 가장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격식은 때로는 편안한 일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의 향기는 ‘이상적인 남성상’의 교본과도 같다.
하지만 때로는 잘 다려진 셔츠보다, 편안한 티셔츠가 더 큰 위로를 주는 법.
그는 완벽한 파트너이지만, 함께 뒹굴며 놀 수 있는 친구는 되기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