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오케스트라와 고고한 소프라노는 모두 휴가를 보냈다.
오늘 이곳에 도착한 것은 그들이 아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귓속의 엘리트 용병단 'JH 오디오 레일라'.
지난번에는 클래식 연주자로 만났지만, 이번에는 헤비메탈과 락이라는 가장 거친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 다시 소환했다.
과연 이 값비싼 모범생이 지옥의 아수라장 같은 메탈 음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전투 개시를 알리며 스래시 메탈의 대표주자, 슬레이어의 곡을 재생했다.
용병단은 즉시 각자의 위치에서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12개의 유닛이라는 단원들은 이제 유능한 특수부대원이다.
고음역을 담당하는 척후병은 심벌즈 소리를 쉴 새 없이 귀에 꽂아 넣는다.
쇳소리의 날카로움은 살아있되, 귀를 찢는 비명 대신 정밀하게 목표를 타격하는 단검처럼 날아와 박힌다.
과잉되지 않은 냉정하고 정확한 타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장의 중심을 지키는 보병, 즉 중음역대의 기타 리프다.
지옥의 문턱에서 긁어내는 듯한 여러 대의 기타 리프들이 진흙탕처럼 뭉개지지 않고, 마치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한 올 한 올 대열을 맞춰 분리되어 귀를 향해 돌진한다.
덕분에 어떤 곡이든 보컬이 기타 소리에 파묻히는 일 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정확하게 포효한다.
이것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고도의 기술이다.
후방의 중화기 부대, 즉 저음역의 활약은 단연 압권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더블 베이스 드럼의 연타는 결코 굼뜨거나 퍼지지 않는다.
기관총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그러나 과장되지 않은 타격감으로 심장을 두드린다.
저음역대가 무대의 기반을 단단히 잡고 있으니, 그 위에서 날뛰는 기타와 보컬이 아무리 난폭해도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 용병단의 진정한 재미는 '화력 지원 요청 다이얼'에 있다.
케이블에 달린 저음 조절 다이얼은 평소에는 6.25 시절 소총 수준의 화력을 유지하다가 다이얼을 끝까지 돌리는 순간 현대의 K-9 자주포급 화력 지원을 퍼붓는다.
특히 육중한 둠 메탈을 재생하며 다이얼을 최대로 돌리자, '베이스 부대, 증원 요청! 있는 화력 전부 쏟아부어!'라는 명령에 화답하듯, 귓속에서 지축을 울리는 포격이 시작된다.
마치 콘서트 현장 앰프 바로 앞에 선 것처럼, 공기마저 진동시키는 육중한 압력이 온몸을 짓누른다.
물론 이 용병단의 치명적인 약점은 여전하다.
귀에 꽂는 순간 완성되는 '개인용 메탈 벙커'는 완벽한 차음성으로 외부 세계와의 모든 소통을 단절시킨다.
이 벙커 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가장 완벽한 고요함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벙커가 너무나 완벽해서, 문밖의 실제 위험 신호마저 완벽히 차단해 버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레일라는 뜨거운 심장으로 함께 날뛰는 동료라기보다는 차가운 머리로 전장을 분석하고 모든 소리를 해부하는 외과 의사나 용병에 가깝다.
때로는 그 냉철함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복잡한 메탈 음악의 모든 요소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분석하며 듣는 쾌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늘 밤에도 이 안전한 벙커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가장 고요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