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한 조각의 체다치즈에서 시작되었다.
완벽한 밀실이나 다름없는 주방, 유일한 용의자는 거실 바닥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탱고.
이보다 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을까?
하지만 함께 있던 보보는 열혈 검사처럼 단언했다.
“범인은 탱고야! 저 뻔뻔하게 자는 척하는 표정 좀 봐!”
반면, 이쪽은 냉철한 변호인이다.
탱고의 주변에서는 치즈 냄새가 나지 않았고, 평소답지 않게 너무도 고요했다.
직접 증거가 없다.
과연 이것은 한 마리 식탐 많은 개의 단독 범행일까,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쓴 희생양의 비극일까.
이 사소하고 우스꽝스러운 사건은 미술사의 가장 유명하고 비극적인 미스터리.
‘빈센트 반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랐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우리는 종종 가장 극적이고 단순한 서사를 진실로 받아들이곤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정설’은 고흐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다.
1888년, 고갱과의 격렬한 다툼 끝에 떠나려는 그를 붙잡고 싶은 마음과 배신감에 못 이겨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것.
그리고 그 귀를 매춘부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는 ‘광기 어린 천재’라는 그의 신화를 완성하는 비극적 클라이맥스다.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하지만 최근 독일의 사학자들은 이 정설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펜싱의 달인이었던 고갱이 다툼 끝에 고흐의 귀를 검으로 베었고, 비겁하게 달아나며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
실제로 그가 떠나며 부쳐달라고 한 짐 목록에는 펜싱 검만 쏙 빠져있었다고 한다.
헉! 이거 완전 반전 드라마다.
결국 우리는 두 개의 상충하는 서사적 구성(Narrative Construction)을 마주한다.
하나는 스스로를 파멸시킨 ‘광인 예술가’의 비극이고, 다른 하나는 격렬한 다툼 끝에 벌어진 ‘폭력과 은폐’의 현실극이다.
사건의 진실은 목격자였던 고갱의 입을 통해 한번 굴절되었고, 후대 사람들의 해석을 통해 또 한 번 각색되었다.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을 상실한 역사는 어느새 신화가 되어버렸다.
타인의 증언과 정황 증거, 그리고 미세한 감각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재구성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서사의 불확실성은 매우 익숙한 감각이다.
보보는 탱고의 ‘전과’를 근거로 유죄를 확신하지만, 이쪽은 조용한 공기 속에서 ‘먹은 것을 까먹은 본인’이라는 제3의 가설을 떠올린다.
중요한 것은 섣부른 단정이 아니라, ‘정말 그럴까?’라고 질문하는 행위 자체이다.
고흐의 귀를 자른 것이 누구인지, 식탁 위의 치즈를 훔쳐 간 것이 누구인지,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 혹은 가장 먼저 목격자의 입을 통해 구성된 ‘최초의 서사(First Narrative)’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진실을 향한 여정은 이처럼 가장 단단해 보이는 정설의 표면에 의심의 균열을 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비하인드 스토리
사건은 다음 날 아침, 허무하게 종결되었다.
출근 준비를 하다 무심코 열어본 책상 서랍.
그 안에는 어제 마시다 만 탄산수와 함께, 비닐랩에 얌전히 싸인 채 굳어있는 한 조각의 체다치즈가 있었다.
범인은 탱고도, 보보도 아닌 바로 ‘건망증’이라는 이름의 제3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억울한 누명을 벗은 탱고는 특식으로 그 치즈를 상납받았다.
열혈 검사 보보는 머쓱해했고, 진짜 범인은 설거지를 해야만 했다.
역시 인생은 미스터리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