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 찌는 듯한 더위!
아이스크림 가게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하지만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사장님! 접시가 다 떨어졌습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절망적인가.
하지만 바로 그 절망의 순간, 옆 가게에서 팔던 얇은 와플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스크림 상인은 와플을 돌돌 말아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팔기 시작했고, 인류는 ‘아이스크림 콘’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을 얻게 되었다.
이 유쾌한 탄생 신화는 발표에서 겪었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발표 5분 전, 수십 장의 화려한 슬라이드로 무장한 발표 파일이 ‘알 수 없는 오류’라는 유언을 남기고 장렬히 전사했다.
패닉에 빠진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노트북 바탕화면의 ‘메모장’ 아이콘이었다.
그래, 접시가 없으면 와플에 담으면 되지!
나는 즉시 메모장을 켜고, 오직 텍스트만으로 발표의 핵심 논리를 청중 앞에서 실시간으로 써 내려갔다.
결과는? 화려한 시각 자료가 사라지자, 오히려 청중은 나의 ‘말’과 ‘논리’에 더 깊이 집중했다.
발표가 끝난 뒤, 한 교수는 ‘최근 들었던 발표 중 가장 명료하고 설득력 있었다’는 극찬을 남겼다.
아이스크림 콘과 메모장 발표.
이 둘은 모두 위기 속에서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찾아낸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사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정보학이나 인류학에서 말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즉 ‘당장 손에 잡히는 도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가깝다.
아이스크림 상인은 와플을, 나는 메모장을 ‘전용’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어쩌면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 자체가 이 브리콜라주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종종 ‘접시가 떨어진’ 상황을 던져준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주변의 다른 감각(와플)을 동원해 어떻게든 길을 찾아낸다.
소리의 반향으로 공간을 읽고, 손끝의 온도로 기계의 작동 여부를 파악하는 모든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사소한 우연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기회다.
당신의 삶에 ‘접시’가 떨어졌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지금,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아이스크림 콘’을 발명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며칠 전,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두부가 없었다.
나는 ‘아이스크림 콘의 정신’을 떠올렸다.
‘두부가 없으면 다른 걸 넣으면 되지!’
나의 빛나는 브리콜라주였다.
결과는? 된장과 무언가 만나, 주방에는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향기가 피어올랐다.
보보는 냄새를 맡고는 조용히 배달 앱을 켰다.
그렇다.
모든 위기가 기회는 아니다.
때로는 그냥 위기일 뿐이다.
그날 저녁, 우리는 얌전히 피자를 시켜 먹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