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MT, 술기운과 젊음이 뒤섞인 그 방에서, 나는 한순간에 위조지폐가 되었다.
벌칙 게임으로 한 여학생을 업어야 하는 상황.
당연하다는 듯 등짝을 내주며 쭈그리고 앉았다.
바로 그때, 온 방의 소음 속에서도 천둥처럼 선명하게 들려온 한마디.
“안 보이는데, 업을 수가 있나?”
순간, 머리가 빙글 돌았다.
그래, 충분히 가질 만한 의문이다.
그럼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내가 가진 ‘시각장애’라는 수표가 진짜인 줄 알고 당당하게 내밀었는데, 은행원이 딱하다는 얼굴로 “고객님, 이거 장난감 돈인데요?”라고 말하는 듯한 모멸감.
그날, 나는 연애 시장에서 결제 불가능한 존재, 즉 ‘자격 미달’ 통지서를 받아 들었다.
이 웃기고도 슬픈 사건은, 한 개인의 정체성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 어떻게 규정되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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