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계에는 ‘인싸’와 ‘아싸’를 가르는 아이템이 종종 있다.
오늘 만난 친구, 르 라보의 ‘상탈 33’은 한때 ‘힙스터의 교복’이라 불리며,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구별하는 후각적 신분증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장본인이다.
광활한 미국 서부의 고독한 카우보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어째서인지 서울의 성수동이나 연남동 카페에서 더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이 아이러니한 친구를 해부해 보기로 했다.
이 친구의 첫 등장은 다소 혼란스럽다.
흔한 향수들처럼 친절하게 과일이나 꽃을 내밀지 않는다.
대신, 톡 쏘는 카다멈의 스파이시함과, 보송한 아이리스와 바이올렛의 파우더리함이 뒤섞여, 지적이고도 까칠한 첫인상을 풍긴다.
그런데 그 사이로 슬쩍 고개를 드는 오이 피클의 톡 쏘는 산미를 닮은 기묘한 향취는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상탈 피클 논쟁’의 서막이다.
카우보이가 먹다 남긴 샌드위치에서 나는 냄새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게 그저 고도로 계산된 독특함의 연출일까.
혼란이 가시고 나면, 이 친구의 본질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잘 마른 샌달우드와 시더우드가 만들어내는 거대하고 건조한 나무의 왕국이다.
마치 방금 문을 연 목공소에 들어선 듯,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나무 먼지의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여기에 낡은 가죽 소파를 연상시키는 레더의 향취가 더해져, 그가 주장하는 ‘고독한 카우보이’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는 마치 “나는 도시의 편리함 따위에 관심 없어.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거친 삶을 동경하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가장 큰 비판점이자 웃음 포인트는 바로 그의 ‘클론’들이다.
이토록 개성 넘치는 향기를 입고 ‘나는 특별해’라고 외치는 그 순간, 옆 테이블의 그래픽 디자이너, 방금 들어온 포토그래퍼, 심지어 카페 사장님에게서도 똑같은 냄새가 난다.
고독한 개인주의를 표방하는 향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강력한 ‘부족의 유니폼’이 되어버린 현실.
그의 독창성은 복제되는 순간 그 의미를 잃고, 그저 ‘오늘의 트렌드’라는 이름의 공기가 되어버린다.
상탈 33은 향수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콘크리트 정글에 사는 도시인들에게 ‘거친 자연’이라는 판타지를 파는 가장 성공한 스토리텔러다.
그의 향기는 한 시대의 문화 코드를 읽는 가장 확실한 텍스트다.
그는 ‘노력하지 않은 듯 노력하는’ 삶의 태도를 후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모두가 그의 독특함에 열광했지만, 결국 모두가 똑같은 독특함을 공유하게 되는 이 아이러니.
상탈 33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개성이란 과연 무엇이냐고.
어쩌면 진짜 멋쟁이는 모두가 상탈 33을 뿌릴 때 조용히 다른 향을 선택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