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서 지루한 그대, 아쿠아 디 파르마 미르토

by 김경훈

세상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유형은 단 하나의 흠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다.

오늘 만난 친구, 아쿠아 디 파르마의 ‘미르토 디 파나레아’는 바로 그런 존재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 파나레아의 정기를 담았다는 이 친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차 없는 완벽함으로 무장하고 있어, 되레 그 완벽함의 실체를 해부해보고 싶은 비판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루를 함께하기로 한 약속.

그는 정확히 정시에,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첫인사는 이탈리아의 쨍한 햇살이 아니라, 서늘하고 지적인 허브의 향기다.

지중해의 식물인 미르토(Myrtle)와 바질의 맑고 푸른 향이 예의 바른 레몬의 시트러스와 함께 코끝을 스친다.

이는 마치 잘 다려진 리넨 셔츠를 입은 집사가 "오늘 하루,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유쾌함보다는 유능함, 친근함보다는 정중함이 앞서는 그런 빈틈없는 시작이다.


그의 보필은 한낮에도 계속된다.

이 친구의 심장에는 ‘바다향(Marine Breeze)’ 어코드가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이 아무리 어지럽고 소란스러워도, 그는 혼자 고요한 바다처럼 평온을 유지한다.

여기에 더해진 재스민과 장미 향기는 열정적인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니라, 완벽하게 계산된 장식처럼 느껴진다.

딱 한 송이씩,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꽂혀 있는 그래서 차갑게 느껴지는 아름다움.

그의 완벽함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친구, 과연 살아있는 인간이 맞나?’ 하는 엉뚱한 의심이 피어오른다.

농담 한마디 건넸다가 정색하며 “그것은 제 업무 범위 밖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것만 같다.


하루의 끝, 그는 떠날 때조차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남는 향기는 지중해 섬의 나무들, 즉 주니퍼와 시더우드의 건조하고 깨끗한 흔적이다.

따뜻한 포옹이나 아쉬운 작별 인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돈하고 난 뒤의 서늘한 공기와 같다.

그가 머물렀던 공간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졌지만, 그곳에 ‘사람’의 온기는 남아있지 않다.

마치 최고급 호텔에서 막 체크아웃한 듯한, 그런 삭막한 청결함이다.


‘미르토’는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의 향기로운 집사다.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가장 세련되고 정돈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어떤 이야기도, 실수도, 인간적인 매력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잘 만들어진 고급 비누이자, 움직이는 스파이며,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 비서다.


시끌벅적한 드라마를 가진 다른 향수들에 지쳤을 때, 그의 이런 무결점 서비스는 분명 위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약간의 결점과 예측 불가능함이야말로 존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법.

이 완벽한 친구와의 하루는 결국 ‘완벽함이란 얼마나 지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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