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항상 더 밝은 곳을 비춘다.’
얼마 전 노래 가사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얼핏 들으면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는 말처럼 당연하게 들리지만, 곱씹을수록 서늘한 진실이 담겨 있다. 세상의 관심과 기회라는 ‘빛’은 이미 환하게 빛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더 강하게 쏟아진다는 뜻일 테니. 이 문장은 그날 밤, 내 딸 샛별이가 너덜너덜한 곰인형에게 저지른 냉혹한 처사를 통해 뼛속까지 이해하게 되었다.
1. VIP석과 어둠의 관람석
주말 밤, 거실은 고요했다. 아내가 아끼는 커다란 스탠드 조명만이 유일하게 깨어 있었다. 샛노란 불빛이 바닥에 동그랗고 따뜻한 섬을 만들었고, 그 외의 공간은 어둠이라는 이름의 바다가 넘실거렸다. 나는 그 빛의 섬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섬의 중심부에서는 일곱 살배기 내 딸 샛별이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최근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신상 공주 인형이었다. 레이스가 여러 겹 달린 핑크빛 드레스는 작은 움직임에도 바스락거렸고, 인조 보석이 박힌 왕관은 조명 아래 유난히 반짝였다. 한마디로, 장난감 세계의 ‘인싸템’이었다. 샛별이는 그 인형을 빛의 섬 가장 중심, 누가 봐도 VIP석인 곳에 앉혀놓고 소꿉놀이에 한창이었다.
내 시선이 향한 곳은 그 빛의 섬 바로 바깥, 어둠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걸쳐 있는 낡은 곰인형이었다. 한쪽 귀는 샛별이의 애착이 과했던 시절의 흔적으로 너덜너덜했고, 플라스틱 눈동자는 수많은 긁힌 자국으로 빛을 잃은 채 공허하게 허공을 보고 있었다. 샛별이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이 집의 역사를 모두 지켜본 ‘선임’이었다. 한때는 샛별이의 잠자리를 독차지하던 녀석이었건만, 이제는 화려한 신입에게 밀려 어둠의 관람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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