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가 다 맞혔다
내 인생의 ‘사용설명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하다못해 ‘나’라는 제품의 기본 스펙이라도 명확하게 적혀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수십 군데의 회사에 ‘나’라는 제품의 기획안(자기소개서)을 보냈다가 모조리 ‘출시 부적합’ 통보를 받을 때면, 이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 1. 출구 없는 자소서 공장
그날도 그랬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정중하지만 차가운 거절 메일이 또 한 통 도착했다. 나는 텅 빈 원룸의 낡은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방 안의 공기는 내 미래처럼 불투명하고 막막했다. 매일같이 ‘나’라는 사람을 포장하고, 그럴듯한 단어들을 조합해 팔아보려 애쓰는 ‘자소서 공장’의 삶. 나는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합격을 갈망하는 수많은 지원자 1, 2, 3…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대체 내 문제는 뭘까?”
답 없는 질문을 곱씹으며 정처 없이 걷다가 홀린 듯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 [보랏빛 예언]이라는 촌스러운 네온사인이 깜박이는 타로 카페였다. 평소 같았으면 ‘저런 걸 누가 믿냐’며 비웃었겠지만, 그날따라 그 보랏빛 불빛이 마치 나를 구원해 줄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2. 보랏빛 예언가 용보라
카페 안은 짙은 라벤더 향과 벨벳 커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상징들로 가득했다. 카운터에는 용보라(龍보라)라는 명패를 단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커다란 뿔테 안경에,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갯짓으로 나를 안쪽 테이블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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