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어에 물린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은 확률 게임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의 가능성이라도 그 결과가 끔찍하다면, 내게 그것은 99%의 확률로 일어날 재앙이 된다. 특히 그 1%의 재앙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면 더더욱. 이것은 내가 ‘나락인’ 선배의 장렬한 실패를 목격한 후, 발표 공포증이라는 이름의 상어에게 물어뜯기게 된 이야기다.
1. 내 머릿속의 ‘나락인’ 주의보
입사 후 첫 단독 프로젝트 발표를 하루 앞둔 밤이었다. PPT는 완벽했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스크립트는 토씨 하나까지 달달 외운 상태였다. 모든 데이터가 나의 ‘무난한 성공’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나는 책상 앞에 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한 달 전의 풍경을 무한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바로 ‘나락인(羅落人)’ 선배의 프로젝트 발표 날이었다. 그는 평소 의욕 넘치고 자신만만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창백한 얼굴로 발표대 앞에 섰다. 첫 장부터 PPT는 꼬였고, 그는 고장 난 로봇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정적이 흐르는 회의실, 서늘하다 못해 얼음장 같았던 대표님의 표정, 그리고 발표가 끝난 뒤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던 그 완벽한 침묵. 나락인 선배는 그날 이후로 회사에서 ‘투명인간’이 되었다.
그의 실패는 너무나 강렬하고, 생생하며, 드라마틱했다. 그 충격적인 이미지는 내 뇌의 가장 꺼내기 쉬운 폴더에 ‘필독_실패사례.jpg’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파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팝업창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2. 안전제일주의가 망쳐버린 나의 기획안
“안녕하십니까, 기획 1팀 각지훈입니다. 본 기획안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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