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의 이 비장한 한마디를, 나는 스마트폰 액정을 닦으며 읽었다. 3초 뒤, 알고리즘은 나를 ‘입에 가시 돋을 일 없는’ 15초짜리 댄스 챌린지 영상으로 친절히 안내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허우적거렸지만, 정작 지식의 갈증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나는 지적 허기짐에 시달리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멸치였다.
그날 나는 견디다 못해 모든 알림을 끄고, 집 밖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단 하나, 대형 서점이었다.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종이와 잉크가 뒤섞인 묵직한 향기가 나를 감쌌다. 소란스러운 디지털 세상의 소음이 차단되고, 책장을 넘기는 ‘사락’ 소리와 나지막한 발걸음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1. 1897년의 스타트업 CEO, 고유상
역사 코너를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뽑아 들었다. [대한민국 100년 서점사]. 무심코 책장을 넘기던 내 눈에 ‘회동서관(滙東書館)’이라는 낯선 이름이 박혔다. 그리고 나는 128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시대를 앞서간 한 ‘스타트업 CEO’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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