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헤어지지 않는 법
나는 나와 헤어지기 직전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안에 살고 있는 ‘나’라는 이름의 지독한 악플러와 이혼 소송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었다. 이 녀석은 24시간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사사건건 비난을 퍼부었다.
아침에 늦잠이라도 자면 ‘한심한 놈, 그러니 백수지’라며 이불을 걷어찼고,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오타라도 발견하면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챙기냐, 탈락이다 탈락’이라며 머리를 쥐어박았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수십 번의 셀프 비난과 한두 번의 자책으로 채워졌다. 칭찬? 그건 1년에 한 번 오는 생일 같은 것이었다.
1. 내 안의 악플러, 또 다른 나
그날도 나는 잿빛 원룸의 낡은 의자에 앉아,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거절 메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어김없이 내 안의 악플러가 등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네 스펙으로 어딜 비벼. 그냥 포기해.” (비난 1)
“어제 쓴 자소서는 시간 낭비였네.” (비난 2)
“면접 때 입을 옷은 있어서 뭐 하냐.” (비난 3)
“넌 그냥 안돼.” (비난 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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