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만물제동
내 이름은 유딧. 나는 찢어진 영혼의 실밥을 꿰매는 일을 한다.
공식적인 직함은 네오-예루살렘 ‘관계 중재 법원’ 소속 수석 중재관. 나의 임무는 시스템 아마데우스의 가장 섬세하고도 위험한 영역, 즉 두 개 이상의 의식이 얽혔다가 다시 분리되기를 원하는 사건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영혼의 외과의사’라 불렀지만, 나는 스스로를 엉망이 된 스웨터를 푸는 재봉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코 하나를 건드리는 순간,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이 풀려버릴 수 있으니까.
내가 사는 도시, 네오-예루살렘은 법과 질서가 데이터로 짜인 거대한 태피스트리였다. ‘대정화’와 엘리야의 투쟁 이후, 인류는 안정을 되찾았고, 그 안정은 ‘계약’이라는 이름의 신성한 알고리즘 위에 세워졌다. 이곳에서 감정은 이해의 대상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제되어야 할 변수였다.
나의 사무실은 도시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차가운 회색빛 대리석 무늬의 벽,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가구들, 그리고 공기 중에는 먼지 대신 희미한 이온 냄새만이 감돌았다. 나의 아바타는 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고, 날카로운 안경 너머의 내 눈은 의뢰인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뇌파의 거짓 신호를 읽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내 얼굴에는 미소가 거의 없었다. 미소는 종종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 때문이다. 나는 명확한 분리와 공정한 배분을 신봉했다. 나의, 너의. 흑, 백. A, Not-A. 이것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였다.
나는 고대의 철학자 장자가 말한 ‘조삼모사’의 원숭이들을 경멸했다. 아침에 3개를 받든 4개를 받든, 총합은 7개로 같다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차이에만 매달려 분노하는 어리석은 존재들. 나의 일은 그 어리석은 원숭이들에게, 각자의 몫이 정확히 3.5개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깔끔하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내 평생의 신념을 뒤흔드는, 도저히 나눌 수 없는 사건 파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건 번호 734. 의뢰인: 아퀼라 그리고 프리스킬라.
의뢰 내용: ‘의식 융합체’의 분리.
그리고 파일 하단에, 붉은색으로 깜빡이는 시스템 주석.
`[경고: 대상은 ‘둘’이 아닐 가능성이 있음. 대상은 ‘하나’임을 주장함. 만물제동(萬物齊同) 프로토콜 검토 요망.]`
나는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둘은 둘이고, 하나는 하나다. 세상에 그렇게 간단한 진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1장: 하나의 몸, 두 개의 노래
나는 중재실의 차가운 금속 의자에 앉아 그들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단 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퀼라의 물리적 육체를 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구의 남자.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은 오랫동안 관리받지 못한 듯 푸석했고, 낡은 셔츠는 그의 앙상한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걷는 것이 아니라, 마치 두 개의 다른 의지가 하나의 몸을 잡아당기듯 위태롭게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가 내 앞의 의자에 앉았을 때, 나는 그 기묘함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얼굴은 하나의 캔버스에 그려진 두 개의 다른 초상화였다.
순간, 그의 왼쪽 눈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는 낮고 온화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중재관님. 저는 프리스킬라예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오른쪽 눈이 날카롭게 빛나며 미간이 찌푸려졌다. 목소리는 더 거칠고 낮아졌다.
“쓸데없는 소리 마. 용건이나 말하지. 나는 아퀼라요.”
그들은 몇 년 전, ‘아크 호’의 귀환을 축하하는 비행선 축제에서 끔찍한 추락 사고를 당했다. 두 사람 모두 육체를 잃고 의식 데이터만 겨우 복구되었지만, 손상이 너무 심해 각자의 생체 포드를 유지할 수 없었다. 당시 응급조치를 맡았던 욥 박사의 연구팀은, 두 사람을 모두 살리기 위해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아퀼라의 예비 육체에 두 의식을 동시에 이식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감행했다.
그것은 임시방편이어야 했다. 하지만 두 의식은 서로를 거부하기는커녕,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얽혀버렸다. 이제 통합정부의 ‘1인 1 의식’ 법령에 따라, 그들은 강제로 분리되어야만 했다. 프리스킬라는 새로운 생체 포드를 배정받고, 아퀼라는 자신의 몸을 되찾아야 했다. 그것이 ‘정의’였다.
“시스템은 당신들을 두 개의 개별 인격체로 분류합니다.” 내가 서류를 넘기며 차갑게 말했다. “오늘 중재의 목적은, 분리 이후의 기억 소유권과 감정적 부채를 명확히 배분하는 것입니다. 아퀼라 씨의 육체에 대한 프리스킬라 씨의 정신적 점유권에 대한 보상 문제도…”
“우리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두 개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하나로 겹쳐져, 기묘한 화음으로 울려 퍼졌다. 아퀼라의 몸이 처음으로, 비틀거림 없이 똑바로 나를 응시했다. 그의 두 눈, 프리스킬라의 따뜻한 왼쪽 눈과 아퀼라의 날카로운 오른쪽 눈이, 하나의 완벽한 시선이 되어 나를 꿰뚫었다.
“우리는 둘이 아닙니다.” 그/그녀/그것이 말했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논리적 모순입니다.” 내가 반박했다. “당신들은 아퀼라와 프리스킬라라는, 명백히 다른 두 개의 실존입니다. 하나의 몸에 갇혀 있을 뿐이죠. 아침에 3개의 밤을 받고 저녁에 4개의 낮을 받는다고 해서, 당신들이 하나의 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재관님.”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운 프리스킬라의 것으로 변했다. “원숭이는 아침에 3개의 도토리를 받고 화를 냈죠. 하지만 우리는 화내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7개를 가졌다는 것을 아니까요.”
나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들이… 장자의 비유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사고 이후,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번에는 아퀼라의 거친 목소리였다. “우리는 더 이상 ‘나’와 ‘너’로 세상을 분석하지 않아요. 그건 인위적인 구분일 뿐이죠. 우리는 그저 ‘우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
나는 그들의 뇌파 동기화 그래프를 띄웠다. 그것은 내가 본 그 어떤 그래프와도 달랐다. 두 개의 뇌파가 얽혀, 하나의 거대한 뫼비우스의 띠를 그리고 있었다.
이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나는 이 사건을 ‘공감의 연대’의 특별 위원회로 이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 기묘한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한 사람의 조언이 필요했다.
2장: 만물제동과 운명애
나는 시스템의 레거시 구역, 솔로몬 박사의 아날로그 진료실을 찾았다. 낡은 종이책 냄새와 따뜻한 차 냄새가 나를 맞았다.
솔로몬 박사는 벽난로 앞에서, 내가 가져온 사건 파일을 홀로그램으로 띄워놓고 흥미롭다는 듯 턱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의 맑은 눈동자에 아퀼라와 프리스킬라의 뒤엉킨 뇌파 그래프가 반사되어 일렁였다.
“허허. 이거 아주 재미있는 원숭이들이로군.”
“박사님!” 나는 그의 유머를 받아칠 기분이 아니었다. “그들은 미쳤거나, 아니면 시스템을 속이고 있는 겁니다. ‘하나’라니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불가능이라.” 솔로몬 박사가 찻잔을 들어 올렸다. 찻잔의 표면에 그의 주름진 얼굴이 비쳤다. “인간이 AI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한때는 불가능이라 했지. 바오로와 아이샤를 보게나. 죽은 자의 기억이 산 자와 소통하는 것도 불가능이라 했어. 마르다가 매일같이 하고 있는 일이지. 냄새로 우주의 기억을 읽는 것은 어떤가? 타비타는 그걸로 멸망한 문명의 노래를 듣고 있네. 자네가 말하는 ‘불가능’이란, 그저 자네가 가진 낡은 자의 눈금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닐까?”
그의 말은 언제나처럼 정곡을 찔렀다. 나는 내가 가진 ‘분리’와 ‘분석’이라는 잣대로만 세상을 재단하고 있었다.
“장자는 말했네.” 박사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사물을 분석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이건 내 것, 저건 네 것. 이건 좋은 것, 저건 나쁜 것. 이 모든 인위적인 구분이 우리를 싸우게 만들지. 하지만 만약, 애초에 나눌 것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그저 ‘하나’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면?”
“그건… 운명론입니다.” 내가 반박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잖습니까. 우리는 자유의지로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선택이라!” 박사가 유쾌하게 웃었다. “자네는 오늘 아침 이 사무실에 오기로 ‘선택’했나, 아니면 그저 오게 되었나? 자네가 이 직업을 ‘선택’했나, 아니면 자네의 성격과 환경이 자네를 이 자리로 ‘이끌었’나? 어쩌면 우리의 모든 자유의지란, 이미 정해진 길을 걸으면서 마치 자신이 그 길을 선택한 것처럼 착각하는 원숭이의 춤일지도 모르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만약 내 삶이 정해져 있다면, 내가 하는 이 모든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달관’이 필요한 걸세.” 박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고대 철학자 쿠키 슈죠는 이를 ‘운명애(Amor Fati)’라 불렀지.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현실이,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 우연히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임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 운명을, 마치 내가 선택한 것처럼 기꺼이 사랑하는 것. 후회 없이.”
그는 나에게 아퀼라와 프리스킬라의 사고 기록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그들은 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네. 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갖지 못한 것을 얻었을지도 몰라. 자네의 임무는 그들을 분리하는 것이 아닐세. 그들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의 눈으로 함께 봐주는 것일세.”
> h의 아카식 레코드: 장자의 만물제동 (Zhuangzi's "All Things are Eq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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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중국 도가(Daoist) 철학의 거장 장자(莊子)가 제시한 핵심 사상. 장자는 세상의 모든 차별과 구분이 인간의 인위적인 ‘분석’에서 비롯된 환상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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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삼모사 (朝三暮四): 장자는 원숭이 조련사의 비유를 든다. 원숭이에게 “아침에 도토리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라고 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기뻐했다. 총합은 7개로 같지만, 원숭이들은 ‘아침’과 ‘저녁’이라는 인위적인 구분에 얽매여 실체를 보지 못하고 일희일비한다.
> 무위 (無爲): 장자는 이처럼 인위적인 분석과 구분을 멈추고, 만물이 본래 ‘하나(道)’임을 깨닫는 경지를 추구했다. 이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한다.
> 달관주의 (Detachment): 모든 것이 하나이며, 삶과 죽음,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조차도 그 하나의 다른 측면일 뿐임을 깨달을 때, 인간은 모든 집착과 후회로부터 벗어난 절대적인 자유(달관)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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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딧이 마주한 아퀼라와 프리스킬라의 융합체는 이 ‘만물제동’의 사상을 살아있는 육체로 증명하는 존재였다. 그들은 ‘아퀼라’와 ‘프리스킬라’라는 구분을 넘어선 새로운 ‘합(合)’의 상태에 도달했으며, 시스템의 ‘분석’을 거부하고 있었다.
3장: 합(合)의 세계
나는 솔로몬 박사의 조언에 따라, 아퀼라와 프리스킬라의 사고 기록을 다시 분석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식이 융합되는 순간의 데이터를 복원해 냈다.
나는 ‘공감의 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욥 박사는 애착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타비타 박사는 아로마이안 네트워크가 의식 융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보내왔다.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의 융합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다. 사고의 충격으로 두 사람의 정신 방화벽이 무너지는 순간, 그들은 아로마이안 네트워크의 강렬한 파동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왔던 두 사람의 사랑이, 그 파동을 매개로 두 개의 의식을 하나의 새로운 존재로 ‘지양(Aufheben)’시켰던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아퀼라 + 프리스킬라’가 아니었다. 그들은 ‘아퀼라-프리스킬라’라는, 제3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의 동의를 얻어 마지막 다이브를 감행했다. 나는 나의 의식을 그들의 융합된 의식 속으로 연결했다.
그곳은 내가 상상했던 혼돈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고요한 호수였다.
끝없이 펼쳐진 맑은 수면 위로,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었다. 하나는 아퀼라의 날카로운 지성을 닮은 눈부신 백색 태양이었고, 다른 하나는 프리스킬라의 따뜻한 공감을 닮은 부드러운 황금빛 태양이었다. 두 개의 빛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완벽한 조화 속에서 호수 표면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와 ‘너’의 구분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아퀼라의 논리로 생각하는 동시에, 프리스킬라의 가슴으로 느꼈다. 나는 그들의 사랑, 그들의 기억, 그들의 두려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완벽한 ‘하나됨’의 평화를 느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분리’와 ‘개별성’이라는 잣대가, 이 거대한 존재 앞에서는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나는 7개의 도토리를 손에 쥐고도, 여전히 아침에 몇 개를 받을지 계산하고 있던 어리석은 원숭이였다.
에필로그: 후회 없는 선택
나는 법정 최고 위원회에 출석했다. 나의 보고서는 짧았다.
“그들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위원회의 AI 판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가, 유딧 중재관?]`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나의 목소리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내 얼굴에는 낯선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존재를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벽하게 하나가 된 존재를 살해하는 행위입니다. 위원회는 한때 요엘 박사의 제안으로 ‘오리온 원칙’을 채택했습니다. ‘저 존재는 고통을 느끼는가? 저 존재는 별을 꿈꾸는가?’ 이 존재는 고통을 느끼며, 하나로서 존재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아니, 그들의 운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법정은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퀼라-프리스킬라를 ‘최초의 융합 의식체’로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나는 중재관 직을 사임했다. 나는 더 이상 영혼을 칼로 자르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솔로몬 박사의 낡은 진료실을 물려받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정답’을 나눠주는 대신, 그들의 어지러운 마음을 그저 들어주는 일을 한다. 완벽하게 분리된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모순되고 불완전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긍정해 주는 일을 한다.
가끔, 미리암이나 다니엘 같은 어린아이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는 그들에게 아퀼라와 프리스킬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괜찮아.” 나는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너는 이미 그 길 위에 서 있단다. 후회할 필요 없어. 네가 선택한 그 길이, 너에게 주어진 유일하고도 가장 완벽한 길일 테니까. 그 우연을 사랑하렴. 그것이 너의 운명이란다.”
나는 창밖을 내다본다. 네오-예루살렘의 질서 정연한 풍경은 여전하지만, 이제 내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나는 이제 빌딩과 도로를 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하나’의 춤을 본다.
나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모든 어리석었던 과거조차도,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우연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나의 운명을 사랑한다.
나는 찻잔을 들어 올린다. 차의 쓴맛과 단맛이 혀끝에서 하나가 된다. 나는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