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므로, 고대 샤먼들이 행했던 '축출(逐出)'은 현대의 영적 장애 현상에 부적합한 야만적 행위라 규정할 수 있다. 망치를 들고 날벌레를 잡으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날벌레는 잡힐지 모르나 벽지는 찢어지고 가구는 부서진다. 즉, 공간의 '조화(Harmony)'가 파괴된다.
진정한 전문가는 망치를 들지 않는다. 그는 날벌레가 왜 그곳에 머무는지 묻고, 그저 창문을 열어줄 뿐이다. 본 학회가 주창하는 '영적 조율(Spiritual Tuning)'이란 이처럼 대상의 근원을 이해하고, 어긋난 파동을 표준 주파수로 되돌려 공간 본연의 울림을 회복시키는 고등한 기술을 의미한다. 물론, 이따금 망치가 더 빠를 때도 있긴 하다.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1쪽.
에피소드 1. 월세 300/50과 440 헤르츠의 역학 관계
1.
8월의 대구. 아스팔트가 아지랑이 너머로 녹아내리는 듯한 열기가 도시를 감쌌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수성구 범어동의 신식 오피스텔 7층. [황 보 부동산 컨설팅]이라는 그럴싸한 간판이 걸린 사무실은 윙윙거리는 에어컨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아, 진짜! 1억짜리 상가에 보증금 500도 없는 사람이 무슨 배짱이야? 지금 금리가 몇 프로인지 알기나 해?"
사무실의 유일한 '인간' 직원이자 사장인 황 보, 통칭 황 소장이 10만 원짜리 키보드를 100만 원어치처럼 격렬하게 내리치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붉어져 있었다. 매일 아침 '돈'과 '시간'을 들인 티가 역력한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분노를 따라 파르르 떨렸다.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노란색 원피스, 책상 위에는 프라다(Prada) 갤러리아 백이 각을 잡고 놓여 있었다.
그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무실 구석, 가장 비싼 가죽 소파를 차지한 남자에게 외쳤다.
"김 팀장! 지금 그 비싼 원두 갈아 마실 때야? 방금 1억짜리 계약 하나가 날아갔다고!"
소파에 깊게 파묻힌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오클리(Oakley) 아이자켓 리덕스 선글라스가 그의 눈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14살 때의 기억이 반영된 듯, 깔끔하게 관리된 짙은 흑갈색 머리카락이 의외로 트렌디해 보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지금이 한여름 8월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핏의 100% 황금색(Mustard)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헬프 데스크'의 수석 팀장, 김경훈. 그는 이 코트가 로로 피아나(Loro Piana)의 베이비 캐시미어라 '결계' 중 최고 등급이라 주장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눈 대신, 소리가 날아온 방향으로 정확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은 오직 익살스러운 입꼬리의 움직임으로만 표현되었다.
"황 소장님. 방금 목소리 톤이 '시(B)'에서 '시 플랫(B♭)'으로 반음 이탈하셨습니다. 아주 불안정해요. 그리고 그 지미 추(Jimmy Choo) 힐 박자, 지금 템포 1.5배속입니다. 그러다 '발목'이라는 악기 튜닝 나가요. 살살 다루시죠."
"이게 진짜! 너 그 코트! 그거 또 촉감으로 고른 신상이지! 전기세 니 월급에서 깐다!"
"어허. 소장님, 제 '결계'에 흠집 나는 소리입니다. 이건 제 작업복, 일종의 유니폼이라니까요."
김경훈의 발치, 최고급 애견 쿠션에서 자고 있던 크림색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크응' 하는 잠꼬대 소리를 냈다. 윤기가 흐르는 털, 사람을 홀리는 듯한 촉촉하고 커다란 눈망울. 누가 봐도 완벽한 '미견(美犬)', 탱고였다.
탱고의 잠꼬대와 동시에, 김경훈의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이어폰으로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에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팀장님. 황 소장님 심박수가 130 BPM을 넘었습니다. 아파요?]
김경훈이 입꼬리를 숨기며 나직이 속삭였다.
"아니, 탱고. 그건 '월세'라는 이승의 고유한 '불협화음'이야. 지극히 자연스러운 G# 삑사리지."
"뭐라고?!"
김경훈의 작은 속삭임에도, 황 소장의 귀는 정확하게 반응했다.
그녀가 김경훈의 코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2.
딸랑-
사무실 문에 달린 풍경 소리가 아니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방금 전까지 완벽한 '도(C) 장조'를 유지하던 사무실의 '음정'이 미세하게 떨어졌다.
김경훈이 소파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얼굴에서 익살기가 사라졌다.
"왜? 또 뭐?"
황 소장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녀의 표정은 '또 무슨 헛수작이냐'라고 말하고 있었다.
"방금... '고객님'이 오셨습니다."
"뭐? 고객? 아무도 없는데? 너 또..."
황 소장의 눈에는 텅 빈 사무실 입구만 보였다.
하지만 김경훈의 귀에는 들렸다.
사무실 입구 쪽에서 '사박, 사박...' 하는 미세한 발소리와 함께,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섞인 'F 마이너(Fm)' 스케일의 우울한 파동이 느껴졌다.
[팀장님! '민원인'입니다! E-Class! 파동이... 아주 약해요. '슬픔' 파동인데요?]
"알고 있어, 탱고. 아주... 잠 오시는 고객님이군."
김경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사무실 입구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벨루티(Berluti) 구두가 바닥을 '또각' 하고 맑은 소리로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헬프 데스크, 수석 영적 조율사 김경훈입니다. A/S 접수 때문에 오셨습니까?"
"... 김 팀장, 너 진짜 더위 먹었어? 거기 아무도 없다니까!"
황 소장이 기가 막힌다는 듯 소리쳤다.
김경훈은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텅 빈 허공에서 들려오는 '지직...'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영혼의 '목소리'였다.
'... 여기가... 미도... 여관... 아니... 읍...'
"아." 김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오신 주소가 다르군요, 고객님."
그는 '고객'이 서 있는(것으로 추정되는) 허공을 향해 걸어갔다.
"황 소장님. 이 오피스텔 건물, 1970년대에 '미도 여관'이었던 거 아십니까?"
"뭐? 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고객님." 김경훈이 부드러운 A/S 센터 직원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이제 미도 여관이 아닙니다. 황 보 부동산 컨설팅이죠. 고객님의 '파동'이 현재 건물의 '주파수'와 충돌을 일으켜서 지금 저기 황 소장님 혈압이 오르고 계십니다."
김경훈이 백팩에서 자신의 '블레이드'(소리굽쇠)를 꺼냈다.
"자, '조율' 들어갑니다. 3만 원짜리 A/S입니다."
그가 '블레이드'를 손바닥에 가볍게 튕겼다.
피이이이이잉—.
A-440Hz. 표준음 '라(A)'의 맑고 청아한 소리가 F 마이너의 우울한 파동을 향해 뻗어 나갔다.
"고객님. 미도 여관은 이제 없습니다. 편히 쉬셔야죠. '문'은 이쪽이 아닙니다."
김경훈이 튜닝 로드(흰 지팡이)로 허공의 한 지점을 '탁' 짚었다.
"정확히... 저승 관리국으로 가는 '문'은 저쪽 7층 창문 밖, 'B 플랫(B♭)' 방향입니다. A/S 완료됐으니, 편히 가시죠."
사무실을 감돌던 미세한 냉기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F 마이너' 파동이... 맑은 A-440Hz의 소리와 함께 깨끗하게 사라졌다. 사무실은 다시 완벽한 '도(C) 장조'를 되찾았다.
"......"
황 소장은 자기가 뭘 본 건가 싶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어이없다는 듯 멈춰 있었다.
"자."
김경훈이 텅 빈 허공을 향해 명함(황 보 부동산 컨설팅)을 한 장 내밀며 말했다.
"A/S 비용 3만 원은... 외상으로 달아두겠습니다. 자손분들이 이 건물 계약하실 때 수수료로 받으면 되겠군요. 안녕히 가십시오."
그는 다시 소파로 돌아와 황금색 로로 피아나 코트 자락을 정리하며 앉았다.
"뭐... 뭐야? 방금...?"
황 소장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E-Class '민원' 처리했습니다. 3만 원짜리 '조율'이었죠. 길 잃은 '고객님'께 '창문'을 열어드린 겁니다. 제 자가 출판 서문 1쪽에 나오죠."
"너... 너... 진짜... 3만 원 벌었다고...? 저 허공에다...?"
황 소장이 분노와 혼란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
따르르르르릉!
사무실 전화기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요란하게 울렸다.
황 소장이 흠칫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네, 네! 황 보 부동산 컨설팅입니다!"
황 소장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솔(G)' 톤의 상냥한 비즈니스 모드로 바뀌었다. 그녀 손목의 까르띠에(Cartier) 탱크 프랑세즈 시계가 형광등 빛에 반짝였다.
"어머! 대표님! 네, 네! 아이고, 그럼요! 아이돌... 네? 기숙사요? 아, 연습실!"
황 소장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그녀의 크고 화려한 눈이 '돈'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빛났다.
"귀신이요?! 아이고, 그런 저급한... 아니, '파동 이상' 말이죠? 네! 저희 전문가가 있죠! '영적 조율사'! 국내 최고입니다!"
그녀가 전화를 틀어막고, 입 모양으로 김경훈에게 외쳤다.
'이거, 3천만 원짜리래!'
김경훈이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 잔을 드는 시늉을 했다. 그의 오클리 선글라스 아래로 익살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황 소장이 다시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네! 물론이죠! 3천만 원이요? 아유, 기본 조율비가 그 정돕니다, 대표님! 지금 바로 저희 '수석 팀장' 보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황 소장이 방금 3만 원짜리 허공 상담을 하던 김경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자본주의의 환희' 그 자체였다.
"김 팀장."
"네, 소장님."
"일어나. 3만 원짜리 말고, 3천만 원짜리 '망치'질하러 가자."
김경훈이 로로 피아나 코트 깃을 여미며 일어섰다.
"황 보. 그건 '망치'가 아니라 '조율'입니다. 예술이 고통받고 있잖습니까.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의 사명입니다."
"그래, 사명이고 나발이고, 가서 3천만 원 받아 와!"
[팀장님.]
어느새 '개'에서 '소년'으로 변신한 탱고가 김경훈의 코트자락을 잡아당겼다. 황 소장이 급하게 사 입힌 샛노란 니트가 유난히 선명했다. 덮수룩한 크림색 머리카락 아래로 순진한 눈이 반짝였다. 황 소장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탱고! 그 니트! 구기지 마!"
[그래서... 3천만 원이면... 소고기 먹으러 가요?]
"가자."
김경훈이 아이폰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테슬라(Tesla) 앱을 작동시켰다.
"황 소장님, 먼저 내려가시죠. 제 '검은 침묵'이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팔콘 윙' 도어가 열리는 '슈우욱-' 하는 소리, 아주 우아한 '도(C)' 음이죠."
그가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3천만 원짜리 한숨을 내쉬었다. '조율'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에피소드 1.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