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을 신봉하는 자들은 언제나 '포획'과 '물리력'을 과시한다. 그들은 맹렬한 소음(고함, 주문, 파괴)을 일으켜 더 큰 '불협화음'으로 기존의 파동을 덮어씌울 뿐이다. 이는 난폭 운전자가 더 시끄러운 경적 소리로 다른 차를 쫓아내는 것과 같다. 도로는 깨끗해질지 모르나, 그곳엔 타이어 자국과 매연 냄새, 그리고 '분노'의 파동만 남는다.
그리고 그들은 어김없이 그 '매연 냄새'에 '청소비'라는 명목으로 바가지를 씌운다.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7쪽.
에피소드 2. G# 삑사리와 G-Shop 망치
1.
"뭐? 보류?!"
[황 보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 황 소장의 '하이 C' 옥타브 비명이 김경훈의 '결계'(황금색 로로 피아나 캐시미어 코트)를 강타했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격하게 흔들렸다.
"아니, 대표님! 3천만 원짜리 의뢰라면서요!... 네? '스케줄 조율'? 아이고, 대표님! 저희 김 팀장 스케줄이 1분 1초가..."
김경훈은 소파에 앉아, 어제 막 도착한 A-440Hz 크롬 도금 '블레이드'를 부드러운 융으로 닦고 있었다. 그의 오클리 선글라스 아래로, 3천만 원짜리 의뢰가 밀린 것보다 융의 촉감이 거친 것에 더 신경 쓰는 듯한 입꼬리가 보였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율' 끝나시면 연락 주세요. 아이고, 아닙니다!"
쾅!
황 소장이 전화기를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지미 추(Jimmy Choo) 힐이 바닥을 '또각, 또각' 찍어 누르는 소리가 분노의 '스타카토'를 연주했다.
"김 팀장!"
"네, 소장님. 방금 그 '솔(G)' 톤의 상냥한 목소리, 아주 절망적으로 들리시던데요."
"시끄럽고! 3천만 원짜리가 날아갔어! '스케줄 조율'은 무슨! 아무래도 다른 놈한테 선수 뺏긴 것 같아!"
"이런." 김경훈이 융을 내려놓았다. "그 '예술'이 고통받고 있을 텐데, 안타깝군요."
"안타까운 건 내 통장이야! 젠장, 3만 원짜리... 아니, 30만 원짜리 '조율'이나 하러 가자."
"30만 원 말입니까?"
"그래! 어떤 멍청한 '컨설턴트' 놈이 '축출'을 하다가 일을 그르친 모양이야. 집주인이 '영매'가 아니라 '청소 업체'를 부른 것 같다면서 난리 났어. 가서 '마무리' 좀 하고 오래. A/S지."
"흠." 김경훈이 벨루티(Berluti) 구두를 신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이 쓰던 '망치'를 치우러 가는 건 취향이 아닙니다만."
"30만 원이잖아! 탱고! 일어나!"
황 소장의 외침에, 쿠션에서 자고 있던 탱고가 화들짝 놀라 '개'에서 '소년'으로 변신했다. 황 소장이 사 입힌 샛노란 니트가 구겨진 채였다. 덮수룩한 크림색 머리카락 밑의 커다란 눈이 잠에 취해 끔뻑거렸다.
[팀장님... 나... 꿈에서 소고기 먹고 있었는데...]
"가자, 탱고. 오늘은 '매연 냄새'에 바가지 씌우러 간다."
김경훈이 아이폰 '보이스오버'로 '검은 침묵'을 호출했다.
2.
테슬라 모델 X '검은 침묵'이 도착한 곳은 대구 북구의 한 낡은 연립 빌라였다.
자율주행으로 멈춘 차에서 내린 김경훈은 튜닝 로드(흰 지팡이)로 바닥을 '탁' 짚었다. '퍽'. 아스팔트가 아니라, 무언가 눅눅한 것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런. 소금인가요. 아주 고전적인 '망치'로군요."
[팀장님! 냄새! 냄새가 이상해요!]
탱고가 샛노란 니트 소매로 코를 막으며 속삭였다.
[퀴퀴한 땀 냄새랑... 엄청 독한 향수 냄새가 나요! 삑사리예요!]
"그래. 아주 지독한 G# 삑사리군."
우리를 맞이한 집주인은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이었다.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어제... 어제 그 '컨설턴트'라는 작자가 와서 굿인지 뭔지를 한바탕 하더니, 집이 이 꼴이 됐어요!"
현관문을 여는 순간, 김경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탱고가 말한 'G# 삑사리'의 원인이 코를 찔렀다. 퀴퀴한 땀 냄새와, 그것을 덮으려 뿌린 값싼 명품 향수의 '불협화음'.
그리고 집 안은... 가관이었다. 독자(우리)의 눈에는 처참한 현장이 보였다.
벽지 곳곳이 찢겨 있었고, 붉은 잉크로 급조한 듯한 부적이 벽과 천장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바닥에는 탱고가 말한 대로 소금이 거칠게 뿌려져 있었고, 거실 한복판에는 무언가를 태운 듯한 '그을음' 자국이 선명했다.
"저, 저 자리가..." 집주인이 울먹이며 말했다. "저기서 할머니가... 흑... 맨날 트로트 보시던 자리인데..."
김경훈은 그을음 자국을 향해 튜닝 로드를 뻗었다.
'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야 할 그을음에서 '파지지직...' 하는 미약한 전류의 '비명'이 들려왔다.
[팀장님... '고객님'이... 엄청 아파해요. 화난 게 아니라, 무서워서 떨고 있어요.]
"알고 있어."
김경훈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축출'이 아닙니다. 그냥 '영적 학대'로군요. 어떤 아마추어 망치꾼이..."
"어이쿠. 이게 누구신가."
그때, 현관문에서 기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탱고가 말한 'G# 삑사리'의 근원이었다.
과하게 빗어 넘긴 기름진 포마드 머리. 며칠 감지 않은 듯 떡져있었다. 번들거리는 피부, 베르사체(Versace) 풍의 요란한 프린트 셔츠. 그리고 허리에는 구찌(Gucci) GG 로고가 과시적으로 박힌 벨트.
(자칭) 영적 컨설턴트, (실체) 고스트 브로커, 차승목이었다.
차승목은 김경훈의 흰 지팡이와 황금색 캐시미어 코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얇고 탐욕스러운 입술로 특유의 뻔뻔한 비웃음을 지었다.
"황 소장, 일처리가 왜 이래? 내가 '마무리'까지 싹 해줬는데, A/S를 불렀어? 그것도... '장님 전파사'를?"
"차승목." 김경훈이 고개를 돌렸다. "당신 'G-Shop' 향수, G# 삑사리가 너무 심하군요. 공간의 '조화'가 무너집니다."
"뭐? 조화? 이 '상품'은 말이야, 장님아." 차승목이 그을음 자국을 구둣발로 툭 쳤다. "조율이 아니라 '포획'을 해야 돈이 되는 거라고. 억세게 버티길래 '망치'로 좀 다스려 놨더니만... 쯧."
"망치라..."
김경훈이 조용히 '블레이드'를 꺼냈다.
그는 차승목을 무시하고, 그을음 자국 앞에 쪼그려 앉았다.
"고객님.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그가 '블레이드'를 튕겼다.
피이이이이잉—.
A-440Hz의 맑은 소리가 'G# 삑사리'와 'G-Shop 향수'의 불협화음을 뚫고, 그을음 속에 갇힌 'F 마이너'의 공포를 향해 뻗어 나갔다.
"괜찮습니다. '망치'는 갔어요. 여기, A-440Hz. 이 소리에 집중하세요."
김경훈이 '조율'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을음 속의 파동은 김경훈의 '조율'마저 거부했다.
'파지지직...! 아파... 무서워... 저리 가... 망치... 싫어...!'
"푸하!" 차승목이 배를 잡고 웃었다. "장님 전파사, 안 통하잖아! 그 '상품'은 이미 내 망치 맛에 쫄았다고! G# 삑사리나 내지 마!"
"쯧." 김경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공포' 파동이 '조율'을 방해하는군. 차승목, 당신 '향수 냄새' 때문에 고객님이 숨도 못 쉽니다."
김경훈의 '조율'이 차승목이 남긴 '트라우마'라는 벽에 막혀버린 순간이었다.
"저기..."
그때, 샛노란 니트를 입은 탱고가 방구석으로 쪼르르 걸어갔다. 차승목이 '축출'을 한답시고 뒤집어엎어 놓은 낡은 1인용 소파였다.
"뭐야, 저 샛노란 놈은? 황 소장, 부동산에서 개... 아니, 애... 애완 인턴도 쓰나?"
차승목이 비웃었지만, 탱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팀장님.]
탱고의 목소리가 김경훈의 뱅앤올룹슨 이어폰으로 흘러들었다.
[이상해요. 저 아저씨(차승목) 냄새 말고... 그을음 냄새 말고... 저기... 퀴퀴한 곰팡이 냄새나는 소파 밑에서...]
탱고는 '소년'의 모습 그대로, 개의 본능을 따라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
그는 소파 밑의 좁은 틈새로 샛노란 니트 소매를 낀 팔을 쑥 집어넣었다.
"야! 너 뭐 해! 그거 먼지..."
차승목이 소리치는 순간, 탱고가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듯 눈을 빛냈다. 크림색 머리카락이 먼지로 뒤덮였다.
[팀장님! 찾았어요!]
탱고가 먼지투성이가 된 채 끄집어낸 것.
그것은 먼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사탕 껍질에 엉겨 붙어 있던, 1990년대 모델이 분명한 낡아빠진 TV 리모컨이었다. 버튼의 숫자가 다 지워져 반들반들했다.
"뭐? 저, 저딴 쓰레기가...?" 차승목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리모컨'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을음 자국에서 울리던 '공포'의 파동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파지지직...!! 그거...! 내... 내 '리모콘'...! 그거...!'
김경훈의 입꼬리가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의 미소로 올라갔다.
"이래서 '망치'는 안 됩니다, 차승목 씨."
김경훈이 탱고에게 다가가 샛노란 니트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주고는(물론 자신의 로로 피아나 코트에 묻을까 봐 조심하며) 리모컨을 건네받았다.
"당신은 '망치'로 '상품'을 두들겨 팰 생각만 했지,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본 적이 없잖습니까."
[탱고, 훌륭한 '발견'이었다. 이따 츄르 특대 사이즈다.]
[와! 진짜요?]
탱고의 모자 속에서 숨겨둔 '귀'가 쫑긋하며 튀어나올 뻔했다.
김경훈이 낡은 리모컨을 들고, 다시 그을음 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고객님. 리모컨 찾았습니다."
그는 '블레이드'를 튕기는 대신, 그저 낡은 리모컨을 그을음 자국 한복판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자, 7번. '전국 트로트 자랑' 채널입니다."
... 뚝.
'파지지직'거리던 비명 소리가 멈췄다.
현관문까지 퀴퀴하게 밀려오던 'F 마이너'의 공포와 고통의 파동이 봄눈 녹듯 사라졌다. 그을음 자국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길한 '파동 이상'이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안정'의 파동으로 '조율'되었다.
'고객'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공포가 아닌 나른한 만족감으로 들려왔다.
'... 아... 고맙네... 총각... 이제... 조용히... 트로트... 봐야...'
"말도 안 돼..."
차승목의 'G-Shop' 향수가 당황으로 엉망이 되는 파동이 느껴졌다. 그의 기름진 포마드 머리가 땀으로 더욱 젖어들었다.
"저... 저 장님 전파사가... 리모컨 하나로...?"
김경훈이 황금색 캐시미어 코트 깃을 여미며 일어섰다.
"30만 원. A/S 완료됐습니다."
그가 멍하니 서 있는 집주인을 향해 말했다.
"저 리모컨, 저 자리에 두십시오. 그리고 TV는 항상 켜두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저 리모컨만 두셔도, 할머님은 만족하실 겁니다."
김경훈이 차승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차승목 씨. 당신 '청소비'는 못 받겠습니다. 오히려 집주인께 '기물파손비'와 '정신적 피해보상비'를 지불하셔야겠군요. 그럼, 이만."
김경훈이 30만 원짜리 A/S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샛노란 니트의 탱고와 함께 삑사리 가득한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에피소드 2.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