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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리터러시의 현대적 청사진, ACRL 프레임워크

by 김경훈


'정보 리터러시'는 문헌정보학, 특히 대학 도서관 사서직(Academic Librarian)의 핵심 연구 주제입니다. 이 역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그 최신 결과물이 바로 ACRL 프레임워크입니다.



1. ACRL 프레임워크란 무엇인가?


ACRL은 Association of College & Research Libraries(미국 대학 및 연구 도서관 협회)의 약자입니다.

이들이 2016년에 발표한 "Framework for Information Literacy for Higher Education(고등 교육을 위한 정보 리터러시 프레임워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과거의 정보 리터러시가 '검색', '평가', '인용' 등 '기술(skill)' 목록을 나열하는 방식(Standards)이었다면, 이 프레임워크는 정보 이용자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개념(concept)'과 '사고방식(disposition)'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2. '역량'이 아닌 '문턱 개념(Threshold Concepts)'


ACRL 프레임워크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 리터러시를 일련의 '문턱 개념'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문턱 개념'이란, 특정 학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문턱'과 같은 핵심 개념을 의미합니다.


이 문턱을 넘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는 질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즉, 정보 리터러시를 '검색 잘하는 법'이 아니라, '정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고방식'으로 격상시킨 것입니다.



3. 6가지 핵심 프레임 (Six Frames)


ACRL 프레임워크는 6개의 상호 연결된 핵심 개념(프레임)으로 구성됩니다.



1) 권위는 구성되며 맥락적이다 (Authority Is Constructed and Contextual)

개념: '권위'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학계, 산업계 등) 내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합의'된 결과입니다.

시사점: "무조건 교수가 쓴 글이 정답이다"가 아니라, "이 정보가 이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권위가 다른 맥락에서도 통용되는가?"를 비판적으로 질문하게 됩니다.


2) 정보 생성은 과정이다 (Information Creation as a Process)

개념: 정보는 트윗, 블로그 글, 학술 논문, 단행본 등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지며, 각각 다른 '과정'을 거쳐 생산됩니다.

시사점: 정보의 최종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어떤 연구, 편집, 심사(Peer-review)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3) 정보는 가치를 지닌다 (Information Has Value)

개념: 정보는 상품으로써의 경제적 가치, 교육적 가치,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닙니다.

시사점: 저작권, 표절, 정보 접근의 불평등(정보 격차),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정보 윤리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이용하게 됩니다.


4) 탐구로서의 연구 (Research as Inquiry)

* 개념: 연구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복잡하고 모호한 질문을 '탐구'하고 스스로 질문을 발전시켜 나가는 '반복적인' 과정입니다.

시사점: 단순히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수정하고 다양한 정보원을 탐색하는 능동적인 '탐구자'가 됩니다.


5) 대화로써의 학문 (Scholarship as Conversation)

개념: 특정 주제에 대한 학문(지식)은 고립된 연구의 합이 아니라, 학자들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논쟁'을 통해 축적됩니다.

시사점: 내가 쓴 논문이나 리포트가 이 '대화'에 참여하는 하나의 '목소리'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다른 연구를 인용하는 것은 그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고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행위입니다.


6) 전략적 탐색으로서의 검색 (Searching as Strategic Exploration)

개념: 정보 검색은 단순히 키워드를 입력하는 행위가 아니라, 정보 시스템의 구조를 이해하고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전략'을 세우는 '탐색' 과정입니다.

시사점: 검색 실패를 '답이 없다'로 결론짓지 않고, 검색어, 검색 도구, 검색 범위를 전략적으로 수정하며 탐색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이 ACRL 프레임워크는 현재 전 세계 대학 도서관의 정보 리터러시 교육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헌정보학 학부 과정에서도 이 6가지 개념을 바탕으로 정보 서비스를 어떻게 기획하고 이용자를 교육할지 심도 있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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