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보 행태'를 해부하는 문헌정보학 이론들
우리는 매일 정보를 찾습니다. 당장 내일의 날씨를 검색하는 사소한 행위부터,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료를 탐색하는 복잡한 과정까지, 인간은 '정보를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문헌정보학은 바로 이 '정보를 찾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학문입니다.
지난 칼럼들이 문헌정보학의 '역할'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그 학문적 '엔진'이 되는 핵심 이론들을 통해, 우리가 정보를 찾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역동적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탐색의 시작: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를 때'
정보 탐색은 어디서 시작될까요? 문헌정보학의 고전적 이론 중 하나인 니콜라스 벨킨(Nicholas J. Belkin)의 '지식의 이상 상태(Anomalous State of Knowledge, ASK)'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모호한 상태에서 정보 요구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가슴이 답답한데 그 원인이 스트레스인지, 질병인지, 아니면 단순히 날씨 탓인지 모르는 상태. 이것이 바로 ASK입니다. 이 '지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탐색을 시작합니다. 더빈(Dervin)의 '의미 형성 과정 모델(Sense-Making)' 역시 이 '틈(gap)'을 인식하고, 이를 연결(bridging)하려는 인지적 과정으로 정보 탐색을 설명합니다.
2. 탐색의 과정: '직선'이 아닌 '방황'
많은 사람이 정보 검색을 '키워드 입력 -> 결과 확인 -> 종료'라는 직선적인 과정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마르샤 베이츠(Marcia J. Bates)는 '딸기 따기 모델(Berrypicking)'이라는 탁월한 비유를 제시합니다.
우리가 숲에서 잘 익은 딸기를 딸 때,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얻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한 알씩 따 모으는 것처럼, 정보 탐색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A라는 자료를 읽다가 B라는 단서를 얻고, 전혀 다른 C라는 주제로 검색을 옮겨가는 비선형적이고 진화적인 과정. 이것이 실제 우리의 탐색 행태에 더 가깝습니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정보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합니다. 산다 에르델레즈(Sanda Erdelez)의 '정보 조우(Information Encountering)'는 이렇게 계획 없이 유용한 정보를 '마주치는' 경험(세렌디피티) 역시 중요한 정보 획득 경로임을 강조합니다.
3. 탐색의 심리: '불안'과 '부담'
정보 탐색은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강렬한 '감정'을 동반하는 심리적 과정입니다.
캐럴 쿨타우(Carol Kuhlthau)의 '정보 탐색 과정(ISP) 이론'은 이 감정 변화를 6단계(시작-선정-탐색-형성-수집-제시)로 나누어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특히 탐색 초기(시작, 선정)에는 '불확실성', '혼란',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주제가 명확해지는 '형성' 단계를 거치며 '안도감'과 '자신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패트리샤 카토폴(Patricia Katopol)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도서관 불안 이론(Library Anxiety)'을 제시하며, 일부 이용자들이 도서관의 규모, 복잡한 시스템, 사서와의 대면 자체에서 심리적 장벽을 느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다이앤 날(Diane Nahl)이 말한 정보 과잉으로 인한 '정서적 부담(Affective Load)'과도 연결됩니다.
4. 탐색의 맥락: '노력'과 '사회적 자본'
결국 인간은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도널드 케이스(Donald O. Case)가 언급한 '최소 노력의 원칙(Principle of Least Effort)'은 정보 탐색에도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사람들은 가장 정확하고 권위 있는 정보보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예: 포털 사이트의 첫 페이지, 옆자리 동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정보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흐릅니다. 마크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의 이론을 차용한 '약한 유대관계의 힘(Strength of Weak Ties)'은 오히려 친밀한 관계(강한 유대)보다 가끔 만나는 지인(약한 유대)을 통해 새롭고 이질적인 정보를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문헌정보학은 'ASK'라는 지식의 결핍 상태에서 출발해, '딸기 따기'처럼 방황하고, '불안'과 '부담'을 느끼며, 결국 '최소한의 노력'으로 정보를 얻으려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이 있기에 우리는 더 나은 검색 엔진을, 더 사용자 친화적인 도서관을, 그리고 더 합리적인 정보 이용 환경을 설계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