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서관 밖으로 나온 문헌정보학

AI 시대, 우리에게 '문헌정보학'이 필요한 이유

by 김경훈


지금까지 우리는 문헌정보학이 '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중심에 있으며(1편),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 큐레이션'의 기반이 되고(2편), '사서'라는 전문가를 통해 지식 인프라를 운영한다(3편)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여전히 궁금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전문성이 도서관 외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쓰인다는 것인가?"


'문헌정보학 = 도서관'이라는 등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정보가 자산이 되는 모든 영역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도서관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약하고 있을까요?



1. 정보의 설계자: UX/UI 기획자 및 정보 아키텍트(IA)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떠올려 보십시오. 수많은 메뉴와 기능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헤매지 않고 직관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 이면에 잘 설계된 '정보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은 사용자가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탐색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웹사이트의 메뉴 구조(내비게이션)를 설계하고 정보를 분류(라벨링)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입니다. 이들은 '정보 아키텍트' 또는 'UX/UI 기획자'로서 사용자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정보에 도달하도록 디지털 공간을 설계합니다.



2. 데이터의 질서 구축: 데이터 큐레이터 및 분류 전문가(Taxonomist)


2편에서 다루었듯이 AI와 빅데이터의 시대는 '잘 조직된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 기업,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 혹은 AI 개발 연구소에서는 문헌정보학 전문가를 '분류 전문가(Taxonomist)' 또는 '데이터 큐레이터'로 채용합니다.


이들은 방대한 상품, 콘텐츠,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하고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체계적인 분류표(Taxonomy)와 관계망(Ontology)을 구축합니다. 우리가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여성 의류 > 원피스 > 롱 원피스'로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는 것, 혹은 검색 엔진이 '사과(Apple)'를 과일과 기업으로 구별해 내는 것 모두 이들의 손길을 거친 결과입니다.



3. 조직의 지식 자산 관리: 지식 경영(KM) 및 아키비스트


모든 기업과 조직은 매일 방대한 양의 내부 문서를 생산합니다. 보고서 연구 자료, 계약서 특허, 이메일 등은 그 조직의 핵심 '지식 자산'입니다. 하지만 이 자산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사장되고 맙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은 '지식 경영(Knowledge Management) 전문가' 또는 '기업 아키비스트(Archivist)'로서 이 지식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어떤 문서를 보존하고, 어떻게 분류하며, 누가 접근할 수 있게 할지 정책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설계하여 조직의 의사결정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이처럼 문헌정보학도들은 도서관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정보가 있는 모든 곳에서 그 '구조'를 설계하고 '질서'를 부여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다루는 대상이 종이책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었을 뿐, 정보를 조직하고, 가치를 평가하며, 사람들이 정확하게 접근하도록 돕는다는 학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본질이야말로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 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서는 그저 책만 빌려주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