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정보’라는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결국 그 바다의 지도를 직접 그리기로 결심한 김경훈입니다. 옆에 엎드려 있는 이 잘생긴 친구는 제 연구 파트너이자 상전인 탱고고요.
진학 계기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불편함’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15살 이후로 세상을 ‘보는’ 대신 ‘읽고 듣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수많은 정보는 시각 중심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 갇혀 있더군요. 키오스크는 매끄러운 유리벽이었고, 이미지로 된 PDF 논문은 침묵하는 돌덩어리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탓하며 화만 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불평만 하는 ‘사용자(User)’로 남는 대신, 이 시스템의 ‘버그’를 수정하는 ‘설계자(Architect)’가 되어보자는 오기 같은 게 생겼습니다. 경영학, 경제학, 철학을 거쳐 문헌정보학에 닻을 내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보의 조직과 흐름을 이해해야만, 소외된 이들을 위한 ‘새로운 문’을 낼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Q2.
음, 학술적인 성취를 말씀드려야 멋있겠지만,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탱고의 코골이 사건’입니다. (웃음)
한 번은 엄숙한 해외 석학 초청 세미나 중이었는데, 바닥에 엎드려 있던 탱고가 정적을 깨고 드르렁~ 하고 세상 편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세미나실의 그 무거운 학문적 권위가 탱고의 코골이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고, 다들 빵 터졌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심각한 학문의 현장이라도, 결국 살아있는 생명체(우리 모두 포함해서)의 ‘실존’ 앞에서는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걸요. 연구실에서 밤새워 데이터와 씨름하다가 책상 밑에서 제 발등에 턱을 괴는 녀석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저를 버티게 해 준 순간들입니다.
Q3.
최근 제 연구의 무게 중심이 조금 이동했습니다. 예전에는 물리적인 턱을 없애고 키오스크의 버튼을 만드는 ‘공간 및 정보 접근성’에 매달렸다면, 지금은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도서관 문을 열어주는 것’을 넘어, ‘그 안의 책을 제대로 읽고 써먹는 법’을 연구하는 거죠.
시각장애인들은 화면낭독기라는 필터를 통해 정보를 선형적으로 듣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거나, 가짜 뉴스와 진짜 정보를 비판적으로 걸러내는 데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인지적 에너지가 듭니다. 단순히 정보에 ‘접속’하는 것을 넘어, 쏟아지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그 ‘지적 근육’을 키우는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접근성이 ‘하드웨어’라면, 리터러시는 ‘소프트웨어’이자 ‘생존 기술’이니까요. 결국 사용자가 정보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 그게 제 연구의 종착지입니다.
Q4.
솔직히 말해서… 도망치세요! (농담입니다.)
대학원은 ‘정답’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견디는 곳입니다. “이게 정말 최선인가?”, “왜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밥 먹듯이(때로는 밥보다 더 많이) 해야 하거든요. 만약 여러분 마음속에, 잠들기 전까지 여러분을 괴롭히는 해결되지 않은 ‘물음표’가 하나쯤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은 ‘학문적 오기’가 있다면 오십시오.
힘들 겁니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고, 거북목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품은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냈을 때의 그 짜릿한 희열은 세상 그 어떤 ‘맛집’보다도 중독적입니다. 그 맛을 보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 그리고 오실 때 탱고 간식 하나 챙겨 오시면 합격 확률이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