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실패담은 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의료인 같았다. '프로포폴', '정맥 주입', '인턴 시절 정맥 잘 잡기로 유명했다'는 단어들이 그의 고백을 이루는 뼈대였다. 하지만 그 뼈대보다 나를 붙잡은 건, 그가 경험했던 '잠의 상실'과 '통제의 황홀경'이었다.
“한 십 년쯤 됐나 봐요.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는데 너무 피곤해서 더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어서 그냥 인생이 이렇게 망하는구나,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의 실패담은 지독한 피로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밀린 일을 하다가 잠깐 눈을 붙이려 누우면, 온갖 잡생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잠은 오지 않았다. 겨우 잠이 들락 말락 한 새벽녘, 유치원생이었던 아이는 꼭 비명을 질러 잠에서 깨웠다. 매일.
얕은 잠에 취해 휘청거리면서 그는 생각했다고 했다. 전부 다 내 잘못이라고. 내 죄라고. 내가 너무 바빠서 늘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항상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서 아이가 자기를 좀 봐달라고 비명을 지르는구나. 아이를 다독여 재우고 나면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밀린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멍하게 앉아 동터오는 하늘을 맞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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