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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Ep.2

by 김경훈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종이들이 바스락거리는 듯한 메마른 성대, 그리고 그가 몸을 고쳐 앉을 때마다 나는 희미한 파스 냄새와 빳빳하게 풀 먹인 옷감이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만으로도 나는 그가 자신을 얼마나 엄격하게 통제하며 살아온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문헌정보학 연구자로서 세상의 모든 정보를 분류 체계 안에 넣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모임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십진분류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분류 보류' 상태의 날것들이다.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제 아버지는 한때 수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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